요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24시간 무인 카페가 있다. 신도시다 보니 매장이 다 일찍 문을 닫아서 밖으로 나와도 갈 곳이 없었는데 이 카페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이곳의 단점은 딱 하나다. 밤이 되면 벌레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 야밤에 불이 켜진 곳이 이곳밖에 없다 보니 생긴 문제다. 키보드 두들기다 벌레가 손등에 날아들어 어찌나 화들짝 놀랐는지,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그럼에도 이곳에 매일 오는 이유는, 사장님 부부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는 사장님 부부는 늘 친절하다. 친절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이 두 분을 보라고 하면 될 정도로... 무엇보다 청소를 정말 부지런히 하신다. 테이블과 의자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닦고 또 닦고, 혹시나 벌레가 들어와 손님들이 불편할까 싶어 에프킬라를 들고 매장 입구 앞에서 30분을 씨름하다 들어온다. 이런 모습을 여러 번 보다 보니 벌레가 들어오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 이름 모를 벌레가 날아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잠을 깨워줘서 고맙기도 하고(하하).
오늘, 매장 관리를 마치고 퇴근하시던 사장님 부부는 다시 들어오셔서 이 말을 건네고 가셨다.
있다가 새벽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비 맞고 가지 마시고 우산 두고 갈 테니까
우산 꼭 쓰고 가세요.
새벽에 비가 오면 좋겠다. 선물 받은 두 분의 마음을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서. 우산을 다시 가져올 땐 내 마음도 선물하고 싶다. 우선 오늘은 음료 한 잔을 더 시켜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