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얻은 선물 중 하나는 기록을 나누고, 서로의 기록 생활을 응원하는 기록 친구들이 생겼다는 거다. 사실 선물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엔 기록 친구들의 존재 가치가 너무 크고 깊다. 선물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어휘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봄날의 햇살 같다고 써볼까? 잠시 고민했다) 기록이 사람을 가져다주다니.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기록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종종 좋은 기회도 생긴다. 그중 하나가 새로운 경험인데 최근 커뮤니티 플랫폼 베타 서비스 체험에 관한 제의가 들어왔었다. 베타 서비스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나 게임의 정식 버전이 출시되기 전, 프로그램 상의 오류를 점검하고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하여 정식 서비스 전 공개하는 미리 보기 형식의 서비스를 말한다'이다. 아직 서비스 출시 전이고 어떤 플랫폼인지 잘 모르지만, 기록 친구들에게 좀 더 새롭고 효율적인 커뮤니티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던 터라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가보지 않은 길,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보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고,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다 실망을 해도 잠시 방황하다 이내 잘 돌아온다. 시도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 걸 더 아쉬워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저도 안 해본 일인데 같이 해보실래요?'라고 묻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안 의도는 좋았으나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일까 싶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가벼운 제안이어도 결과에 대해 책임을 내가 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여러 가지 걱정이 들었지만 제안을 수락했으니 돌아갈 순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경험해 보고 싶었으니까.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고 있는 모든 기록 친구들에게 베타 서비스 체험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몇몇 분들께 연락을 드렸다. 나도 잘 모르는 서비스이지만 한 달 동안 같이 체험해 보지 않겠느냐고. 감사하게도 제안드린 모든 분들이 수락을 해주셨고, 우리는 그렇게 베타 서비스 체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던 걸까. 가입을 한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기대는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제안서를 읽으며 내가 기대했던 플랫폼의 기능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이 열두 번도 더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상황에서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었기에 그분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준비되지 않은 파티에 기대감 가지고 참가하라고 호들갑 떤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화끈거렸다.
고민을 하다 담당자님께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기능에 대한 문의를 드렸고, 기록 친구들에게도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대와 다른 상황이지만 담당자분께 문의드린 상태이니 기다려 달라고. 애써 돌려 얘기했지만 기록 친구들은 알고 있었을 거다. 긴 글에 담긴 내 마음을 말이다. '사실 이런 서비스인 줄 알았으면 제가 여러분들께 이렇게 기대감 가지고 서비스 체험해보자고 말씀 안 드렸을 텐데 저도 너무 당황스러워요. 그렇지만 저도 알고 그런 건 아니니까 부디 이해해주세요.'
기록 친구들의 답장을 보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부끄러움이 더해져 눈물이 고였다. 잘 모르는 서비스 체험을 해보자고 제안한 나에 대한 평판, 기대와 다른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에 젖어있느라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절절한 그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그걸 잊고 있었다니. 기록 친구들에게도 누구나 처음은 서툴기 마련이니 기록을 망설이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나인데, 정작 나는 그 처음을 잊고 살고 있었다. 기록 친구들에게 보낸 나의 메시지가 잠시 부끄러웠지만, 그 글을 통해 기록 친구들에게서 이런 답장을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내가 놓치고 있던 걸 깨달았으니 이런 부끄러움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건, 담당자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처음의 의미, 시작을 위해 달려온 그 시간들을 너무나 쉽게 평가해버린 내 경솔함에 대한 사과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제안에 기대감을 가지고 참여했는데 이게 전부인가요? 미리 알았더라면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속상합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이런 속마음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가 들었을 마음이 어떨지 너무나 잘 알아서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정말 사과를 전하고 싶다. 다시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렇게 보내고 싶다.
"담당자님, 제안해주신 플랫폼 서비스 가입 과정 잘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느낌의 플랫폼이라 기대가 정말 많이 돼요. 며칠 동안 사용해 보니 기본적인 기능 위주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아쉽게 느껴지는 몇 가지 부분 피드백 드려도 될까요? 베타 서비스이고 아직 서비스 출시일까지 업그레이드 기간이 있으니 유저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더 괜찮은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말고도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실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요. 그간 달려오신 그 시간, 앞으로 달려갈 그 시간에 대해서 응원의 마음 전하고 싶어요. 화이팅!"
말로만 응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처음을, 누군가의 시작을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또한 서툰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누군가의 마음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