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 거야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대안들

by 기록친구리니



스마트폰이 나를 데리고 사는 건지도 몰라



지인과 농담처럼 한 얘기다. 스마트폰을 떼어 놓은 우리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보니 나온 씁쓸한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하고 스마트폰으로 마무리하는 세상이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만나는 것도, 눈을 감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것도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은 맞지만, 편리한 만큼 내가 누려야 할 여유, 깊게 사고하는 태도, 인내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앗아갔다. 문제는 빼앗기는 줄도 모른 채, 대가가 있는 줄도 모른 채 계속 스마트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에 있다.



집에서도, 집 밖에 잠깐 나갈 때도, 운동할 때도, 외출을 할 때도 스마트폰은 나와 함께 있다. 다른 것은 잊어버려도 스마트폰은 웬만해선 잊어버리지 않고 꼭 챙겨 나온다. 스마트폰을 안 챙겨 나오면 시간이 걸리고 짜증이 나더라도 결국 집에 다시 들어갔다 나온다. 잠깐 집 앞에 나갈 때도 스마트폰은 함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도 스마트폰에선 눈을 뗄 수가 없고, 신호등을 기다리면서도 다들 신호가 아닌 스마트폰을 본다. 운동을 할 때도 걸으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잠시 멈춰 서서 카톡에 답장을 하고 있다. 이동할 때는 어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창밖에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잘 모른다. 잠깐 창밖을 보다 하늘이 맑으면 사진으로 찍어 이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한다. 내가 풍경을 누리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풍경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대충 떠오르는 것만 써도 이 정도다. 씁쓸하지만 이 정도면 스마트폰이 나를 데리고 사는 게 맞다. 이 조그마한 기계가 내 머릿속 어떤 것들을 자극하고 있는 걸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도파민 중독에 대해 인식하고 난 뒤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도파민 단식을 시작한 지 단 이틀이지만, 커다란 변화다.






난 경기도에 산다.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엔 이동 시간이 꽤 긴 편이다. 평균적으로 편도로만 40분-1시간 30분 사이 시간이 소요되니 왕복으로 치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문제는 이 시간에 거의, 58,000%의 확률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인 일 땐 더했다. 매일 출퇴근하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니 하루에 3시간, 일주일이면 15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에 시간을 쏟았던 거다. 15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무섭다. 업무 때문에도 사용했을 테고, 집에 돌아와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잠들었을 테니까. 요즘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1-2회 정도 외출을 하는 편인데 이 시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스크린 타임을 보면 그 말은 정말이지 부끄러운 핑계였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스크린 타임을 볼 때마다 매번 믿기지 않는 수치를 마주하지만, 사실이다.



스로를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많다'라는 것을 종류로 치면 맞는 표현일 것도 같다. 필터 없이, 별생각 없이 소비하는 콘텐츠로 인해 내 생각이 팝콘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경제, 취미, 반려 동물, 연예인, 일, 사회적 이슈 등등 매우 다양한 맛이다. 문제는 맛이 없다. 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캐러멜 맛 팝콘을 샀는데 캐러멜 향이 안 입혀진 맹맹한 팝콘을 먹는 맛이랄까. 나만의 깊은 사유가 없는 단순한 공감이 대부분이고, 감정적인 군중심리에 이성을 잃고 그들의 생각이 내 생각인 것 마냥 착각을 자주 한다. 놀라운 건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나고, 단 몇 분 안에 가능하단 사실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도파민 단식을 계기로 스마트폰이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고 싶어졌다. 내가 필요로 해서 스마트폰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세워 본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몇 가지 대안을 소개한다.






1. 음악 감상은 아이팟 사용


나의 경우 외출 시 스마트폰을 언제 사용하게 되는지를 떠올려 보면 거의 대부분은 음악을 듣기 위함이 첫 번째다. SNS를 하거나 밀리의 서재 등을 보더라도 보통 음악 재생을 먼저 시켜놓는 게 내 순서다. 이 순서를 시작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앱을 실행시켜 도착하는 순간까지 스마트폰을 보게 되기 때문에 애초에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폰으로 듣지 않을 수 있도록 대안을 세우기로 했다. 바로 아이팟! 아이팟으로 들으면 이미 다운로드한 노래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플리 선택할 때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일석이조?



2. 알림 수신 차단 & 비행기 모드


어제 유튜브 구독 목록을 보며 왜 구독했는지 모를 채널을 다 삭제하고, 알림 수신 체크를 해제했다. 그 외에도 네이버, 인스타그램, 다른 각종 앱에서 보내는 푸시 알림 기능도 다 해제했다. 알림이 온다고 해서 다 보는 것도 아니지만, 또 알림 때문에 보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모드는 장거리 이동과 대화 시 사용하기로 했다. 나의 경우 거의 대부분 급한 연락이 오거나 필요한 때가 별로 없다. 이동 시, 누군가와 대화의 시간을 가질 땐 되도록 비행기 모드를 사용하려고 한다.



3. 사람 관찰 노트


어제부터 도파민 단식을 시작하는 날이었어서 진짜 의지를 가지고 스마트폰을 안 보기 위해 노력했다. 무의식적으로 폰에 손이 가는 걸 의도적으로 멈추려고 하니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금연하려고 노력하면 자꾸 단 게 당긴다던데 이런 느낌일까?ㅋㅋㅋ 아무튼 긍정적인 변화다. 지하철에 걸려있는 액자도 유심히 보게 되고, 지하철 안내 모니터에 나오는 방독면 사용법도 익혔다. 무엇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더라.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할까, 저 두 사람은 무슨 사이일까' 등을 떠올리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래, 난 이런 걸 좋아했었지. 스마트폰에 갇혀 보지 못했던 세상,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 그렇게 떠올린 아이디어는 '사람 관찰 노트'다. 노트 한 권 마련해서 내가 관찰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적어 봐야지.



4. 운동하러 나갈 땐 공기계 사용


운동하러 나갈 때 폰을 들고나간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운동하다 마주한 풍경이나 인증샷을 찍고 싶어서. 음악을 듣지 않으면 걷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고, 노을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찍어서 남편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꼭 들고나갔는데 문제는 그 용도 외로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내가 스마트폰을 운동시키는 느낌이랄까. 잠깐의 걷는 시간, 아무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그 시간이 언제부턴가 지루한 시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 귀와 눈이 고요해질수록 이 고요함이 어색해서 자꾸 깨고만 싶다. 뭐라도 듣고 싶고, 뭐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든다. (요가 같은 운동할 때 심각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너무 안 간다ㅠㅠ) 중독의 증상이다.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바로 보상을 주는 것들을 갈망하는 증상. 아예 안 가지고 나가기엔 급격한 변화에 내가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이전에 사용했던 공기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지루함이라 느껴지는 이 시간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그 순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5. 다운타임 설정


아이폰 스크린타임 카테고리에서는 다운타임을 설정할 수가 있다. 다운타임이란 내가 설정한 시간에는 허용한 특정 앱 외에 다른 앱은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다. 난 밤 10:00부터 아침 7:00 사이를 다운타임으로 설정해 두었다. 그 시간에는 어떻게든 폰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6. 잠 자기 전 스마트폰은 무조건 거실에


7월 31일부터 8월 1일, 단 이틀이지만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고 가니 확실히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정말 피곤한 상태가 아니고선 스마트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며 정리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남편과 나 둘 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허공에 대고 대화를 나누는 건 이제 안녕이다.




이젠, 내가 스마트폰을 데리고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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