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줍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by 마음정원사


'냥줍'이란 '길냥이 줍기'를 줄여서 이르는 말로 길냥이나 유기묘를 구조해서 데려오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집 주위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집 앞에 하나, 뒤에 하나를 두었다. 급식소는 지붕도 있어서 비가 오더라도 사료가 비에 퉁퉁 붇지 않게도 해주고, 사람들에게 인식도 가지게 해 주고, '이 곳은 길고양이 급식소입니다.'란 글자도 새겨져 있다.


어느 날 딸아인 평소와 같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급식소에 사료를 챙겨 넣어주기 위해 그릇을 꺼내 사료를 붓고는 제자리에 그릇을 넣으려고 하는데, 그릇이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딸아인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잔뜩 숙여 급식소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흠칫 놀라 일단 허리를 펴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에 아기 고양이를 꺼집어내었을 때엔 "세상에!"란 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거기엔 이제 겨우 눈이 떨어진 아기 고양이가 흠뻑 젖은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애처로운 마음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날은 볼일이 있어서 딸애보다 먼저 외출을 한 엄마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딸은 자신의 가게로 냥줍 한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출근했다. 간밤에 내린 비에 흠뻑 젖은 채 아기 고양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너무나 약해 보이고 힘이 없어 보여서, 딸아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아기 고양이가 걱정이 되었다.


오후에 딸아이의 전화를 받게 되어 또 냥줍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화를 끊고선 먼저 걱정이 앞섰다. 과연 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안심도 되었다. 딸아인 냥줍 한 경험도 여러 번 있으니까 이번에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기 냥이는 살 운명인가 보다. 어떻게 그 어린 아기가 급식소 안에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 혹시 엄마 냥이가 거기에 데려다 놓은 것일까? 만일 그랬다면 엄마 고양이가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딸이 데리고 온 아기 냥이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미모는 돋보였다. 치즈 냥이로 얼굴은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보통 미묘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분유를 젖병에 넣어 먹이려고 하는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 분유가 입맛에 맞지 않는지 먹는 걸 한사코 거부했다. 어린 냥이들은 잘 먹어야 이겨낼 수 있는데...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냥이들은 네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여야 한다. '급식이'(급식소에서 발견했기에)는 20ml를 먹이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딸은 출근해야 하고 남편은 평소에 길냥이에게 사료를 주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편이라 비밀에 부치는 수밖에 없으므로, 아무래도 임시보호를 맡겨야 할 상황이었다. 딸은 즉시 '고양이 카페'에 임시보호를 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젠 고양이를 예뻐해 주실 사랑이 많으신 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네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지 않으려는 급식이랑 씨름을 하느라 딸과 내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다. 이럴 땐 딸과 내 마음은 주로 잘 일치하는 편이다.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는 타고난 마음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주로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기도 하다.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카페에 올린 글을 보신 어떤 분이 2달간 임시 보호를 해주시겠다고 했다. '어, 급식이 무척 순조롭게 일이 잘 풀리네. 살릴 수 있겠다!' 마음속으로 기쁨이 차올랐다.


그분이 딸 가게로 급식이를 데리러 직접 와주셨고, 희한하게도 그 댁에 가서는 그처럼 기운이 없던 녀석이 온 집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탐색을 하기도 하고 먹기도 잘 먹는다는 문자를 주셨다."야호! 급식인 살았다!" 역시 급식인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이젠 두 달 안에 급식이를 사랑해 줄 입양가정을 찾기만 하면 된다. 급식이의 운으로 봐선 분명히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살게 될 것 같다.


임보 가정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급식이가 너무 장난을 많이 치고 사고를 쳐 입양을 좀 빨리 보낼 수 없겠는지 물어왔다. 다행히 친구의 지인이 급식이를 입양해 주시기로 해서 짐작이 틀리지 않게 급식이는 누나와 형이 있는 가정에 입양되어, 기세 등등하게 마구 장난을 쳐대며 잘 자라나며 행복한 반려묘로 거듭 났다.


이번에도 딸아인 한 생명을 구했다. 신경도 쓰이고 노력도 많이 기울이긴 했지만, 생명을 살렸다는 보람은 뿌듯함으로 딸의 마음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딸아인 다음에도 한없이 애처롭고 불쌍한 생명이 보이면 어김없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 냥줍을 하게 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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