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기분 좋은 소리
고양이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면 이내 눈을 스르르 감으면서 '골골골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그건 집사 곁에서 아주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요. 우리 집 고양이 중에서 골골 송을 유난히 잘 부르는 고양이는 단연 검은 고양이 '인'이 입니다. '인'이는 집사의 손길을 굉장히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만져 달라는 의사를 먼저 곁으로 다가와서 표현하기도 하지요. 미리와 둥이는 골골 송을 부르지 않아요. 미리는 사람의 손길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집사가 만져주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기에 하지 않는 것 같고, 둥이는 누나(딸)만 좋아해서 좋다는 표현을 그냥 곁에 있는 걸로 표시합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도 성격이 다 달라서 만족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있듯이 고양이들도 그런 건가 싶기도 하네요. 골골 송은 고양이가 집사에게 보내는 의사표현의 일종인데, 집사를 좋아하고 편하게 여길수록 마치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는 듯이 노래를 불러 주곤 하지요.
인이를 포옥 품 안에 안고 볼을 비비며 이마나 목을 쓰다듬어 주면 골골 송은 절정으로 달리지요. 골골 송을 들으면 제 마음마저 골골거리게 되지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골골 송을 듣다 보면 어느새 제 마음도 천상에 올라가 있는 듯 평안해 지곤 해요. 따뜻하고 규칙적으로 '골골골'거리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 노랫소리의 연주자는 자신도 천상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집사의 품을 즐기고 편안해하는 인이의 경우는 집사가 손길을 멈추고 다른 데에 정신이 팔리고 있으면 들으란 듯이 더 크고 우렁차게 연주를 하곤 합니다. 그때 인이의 눈을 들여다보면 눈의 검은 눈동자가 거의 사라져 버린 듯하며 제가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구슬 속의 그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무늬와 같단 생각이 드네요.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저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요. 이렇게 골골 송은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불러주는 자장가와 같이 집사의 마음을 고양야들이 달래주고 잠재워주는 고양이들이 불러주는 자장가 노랫소리입니다. 그 소리에 스르르 눈을 감고 잠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한없이 행복한 마음이 들지요.
집에 있는 냥이들은 비교적 편안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으니 '골골 송'을 부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항상 경계심이 가득해서 사람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길고양이들도 '골골 송'을 부르긴 할까? 란 궁금증이 생깁니다. '골골 송'의 대묘 인이가 길고양이 출신인데도 무척이나 골골 송을 잘 부르는 걸 보면 길고양이 중에도 성격이 비교적 느긋한 편이라면 자신의 아지트에서는 골골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의 생각만으로 데리고 와버려서인지 '미리'가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향 아지트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제 마음이 짠하고 미안해집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자란 아지트를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어릴 적에 전원에서 자란 향수를 잊지 못해 귀농하는 분들의 마음과 같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아직도 바깥을 그리워하는 '미리' 같은 경우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아지트로 돌아가면 '골골 송'을 부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데리고 온 지 4년이 되었지만 집사에게도 개들에게도 인이를 제외한 다른 냥이들에게도 늘 까칠하기만 한 '미리'이지만 어쩌면 아지트에 가면 고향의 숨결을 느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미리에게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부모와 형제를 잃어서 많이 힘들고 외로울 것이란 생각만으로 가엾어서 데리고 왔었지요. 미리는 우리 집에서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요. 개들이 많고 짖어대는 상황에서 항상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어서 볼 때마다 걱정되고,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우연히 티브이를 보다가 야생동물 치타를 구조해서 키우는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치타는 지극히 예민해져서 초긴장모드로 사람을 경계했습니다. 이빨을 다 드러내고 하악을 해대어서 보는 내내 무섭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구조한 사람이 전문가답게 치타의 예민한 마음을 잘 헤아리고 알아서 치타가 마음을 열 때까지 아주 조금씩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다가갔어요. 절대로 조급해하지 않고 아주 조심스러운 그의 행동을 보면서 생명을 소중하게 다루는 그 마음에 존경심마저 일었어요.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 치타도 드디어 자신만의 골골 송을 부르더군요. '가르릉'거리면서 고양이들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었습니다. 진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사육사의 진심이 언젠가는 전해지는구나 싶으면서 저도 먼저 '미리'의 마음부터 헤아리면서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미리가 마음을 열 수 있는 그 날까지 노력해보자.'
고양이는 개들보다 소심한 편인데도 집사에게는 마음을 활짝 엽니다. '인이' 같은 경우는 비교적 대범한 성격을 가져서인지 먼저 집사 곁으로 다가오곤 하지요. "엄마, 나 노래할 거야. 들어줄 거지? 그 대신에 엄마는 쓰다듬어줘야 해!"라고 하면서 오늘도 제 책상에 올라옵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전엔 내려가는 법이 절대 없지요. 한참을 쓰다듬어 주고 또 한참을 골골 송을 부르다가 외부 상황에 의해서 멈추게 되곤 합니다. 개들이 짖던지, 제가 기침을 하면 후다닥 내려가 버리지요. 속으로 '잘 내려갔다. 다음에 또 와서 골골 송 불러줘! 엄마도 할 일이 있단다.'라고 말합니다. 바쁜 상황에서도 골골 송이 자신의 놀이가 된 인이는 늘 그 상황을 즐기면서 오늘도 아주 능숙한 솜씨로 골골 송을 부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미리도 다른 고양이들보다 조금 느려서 그런 것이지 마음은 집사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어 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불 안에서 큰 소리로 '골골 송'을 불러 줄 거라 믿고 그 날이 오기를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