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명을 조금씩만이라도 더 아끼고 사랑해요.
출근한 딸이 국민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부탁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친한 지인의 소개로 어떤 아저씨가 진돗개 믹스인 엄마와 딸을 데리고 갔다고 해요. 지인도 그 남자의 고의적인 거짓말에 속아서 소개를 해 준 건지, 아니면 짜고 한건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개들을 잘 키울 거라며 입양 보낼 것을 권했다 하네요. 그 아저씨는 원래부터 나쁜 마음을 품고 접근했었기에 데리고 간 그다음 날 바로 개소주집에 10만 원을 받고는 이 불쌍한 모녀 개들을 팔아 버렸다 합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견주는 엄청난 아픔과 분노에 어쩔 줄을 몰라했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렸지만 이 뻔뻔한 사람은 양심에 철판을 깔았는지 끝까지 파렴치하게 굴었기에 국민청원을 올려 이 사람을 처벌받게 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어요. 저도 빠르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만약에 '우리 리치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되니 불같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내어놓고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건지 묻고 싶어 집니다. 돈 10만 원에 팔아넘기다니, 그 소중한 생명들을... 주인의 죄책감은 또 어쩌고요. 비명에 간 가족과도 같은 사랑스러운 생명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8년 전의 일이 떠오르네요. 딸아이가 백조 시절이었어요. 용돈도 벌고 싶고, 좋아하는 여러 종류의 견종들을 돌보아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 같았나 봅니다. 딸아인 특히 레트리버나 진돗개, 그레이트 피레니즈 같은 자신이 키워보지 않은 대형견에 대한 로망이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애견카페에 돌봄글을 올렸어요. 그렇게 해서 5개월짜리 레트리버인 '리치'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딸은 리치를 주말에 돌보아 주었습니다.. 리치의 덩치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어서 미혼의 여성 견주가 반대하는 부모님과 아파트에서 감당하기엔 벅찼었나 봅니다. 리치의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지요. 리치는 심하게 흥분을 잘해서 몇 시간 만에 아니면 이틀 만에 파양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겼어요. 리치의 주인은 고양이만 키우던 사람이라 대형견을 속이고 입양해서 팔아버리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을 겁니다. 경기 지역에서도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딸아인 신중하게 알아보고 그 가정을 눈으로 확인해 본 후에 리치가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으로 보내고 싶어 했어요. 리치의 주인과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했었지요. 결국엔 딸이 임시 보호하고 있다가 입양가정을 차근차근 알아보는 걸로 의견 일치를 보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남편은 결국엔 우리가 떠맡게 될 것을 우려해서 심하게 반대를 했고, 저도 그 당시에 이미 세 마리의 개가 있었기에 리치의 임시 보호조차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리치를 옥상으로 보내기도 해 보았지만, 리치는 사람을 엄청 좋아해서인지 혼자 있는 걸 못 견뎌해서 밤새껏 짖어대었지요. 이웃의 항의도 받았기에 할 수 없이 옥탑방에 두고 몇 달을 키웠지요. 겨울이 닥치자 춥고 너무 불쌍해서 3층으로 데리고 내려와서는 아빠 모르게 몇 달이나 숨겨서 키울 수 있었던 건 리치의 눈치 빠름과 영리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래브라도 레트리버들이 영리해서 안내견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지요. 리치도 흥분만 하지 않으면 안내견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영리하지요. 리치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서 심장약을 평생토록 먹어야 합니다. 대형견이라 용량을 많이 먹어야 해서 한 달 약값이 많이 들고, 워낙 식성이 좋은 대식가라 돌보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딸아인 직업병이 생겨 일을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들어도 리치를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돌보기 위해서는 일을 도저히 쉴 수가 없어요. 이렇듯 리치를 돌보는데 필요한 정성이 소형견의 몇 배나 되지만 우리 가족이 리치를 데리고 온 걸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사랑스럽고 영리한 개가 사람들의 탐욕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이 비명에 목숨을 잃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생명을 경시하고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동물 학대 사건을 들으면 정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싫습니다.
남편을 따라 성주에 있는 어떤 백숙을 주로 한다는 식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뒷마당이 언덕처럼 되어 있었는데 대형견들이 군데군데 묶여 있었어요. 개를 좋아하니까 다가가서 만져주려고 했지만, 자기 집에서 웅크리고 있으면서 겁먹은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만 있고, 잔뜩 무언가에 질려서인지 짖지조차 못했어요. 속으로 참 이상하다 왜 이렇게 겁을 내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신탕을 주로 하는 집이었어요. 20년이 넘은 일이지만 지금도 그 개의 겁먹은 눈빛이 잊히지 않아요.
딸은 개와 고양이의 생명을 여러 마리 구했어요. 그중에 '예쁜이'라는 시추는 마음에 드는 좋은 입양처가 없어서 3년 이상이나 출퇴근을 할 때마다 데리고 다녔어요. 아마도 배변 훈련을 시키는 것과 부모에게 더 이상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라도 데리고 다녔을 거예요. 드디어 예쁜이는 이미 네 마리의 시츄가 있는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어요. 어느 날 밤에 엄마는 타지에 가셨고, 아빠는 단잠에 빠져 있으셨지요. 평소엔 순하고 잘 짖지 않던 예쁜이가 너무나 큰 목소리로 계속 짖어댔대요. 깊이 주무시던 아빠도 시끄러워서 깨셨는데, 1층 가게에서 불이 났었나 봐요. 원래 동물들이 냄새를 잘 맡긴 하지만 다른 개들은 가만히 있는데 유독 예쁜이만 아빠를 깨우려는 듯 맹렬하게 짖었대었다해요. 아빠가 깨어나셔서 1층으로 내려가 보니 가게에 불이 났었대요.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지요. 그 이후 네 마리의 시추들 보다 예쁜이가 귀여움을 특히 더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해요. 견생 역전이지요?
누군가가 구두상자에 넣어 집 앞에 두고 간 열흘 정도 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를 임시보호처를 구해 키운 후, 좋은 가정에 보내어 그 댁의 귀염둥이로 사랑을 받게 하기도 했지요. 몇 달 전엔 급식소에 들어가 있던 비에 젖은 2주 정도 된 아기 고양이도 좋은 주인 품으로 보내기도 하고 길고양이들도 돌보며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요.
딸이 왜 이렇게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좋은 입양처를 찾는 걸까요?
요즈음엔 개나 고양이의 수명이 늘어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났기에 더욱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해치기까지 하는 이런 생명경시 사상이 어처구니없게 여겨지며 끔찍하게 싫습니다.
예뻐하지는 않더라도 정말 괴롭히지는 말아야 합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동물들도 다 생각을 하고 감정도 있답니다. 제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동물을 해치지는 말아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