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에서 행복을 찾다
독서모임을 한다는 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일 년 동안 무지개 모임을 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사람마다 독서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달의 주제도서로 선정된 책들은 어떤 달은 무난하고, 어떤 달은 이런 책을 왜 인제 서야 알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가운 책도 있다.
그럼 이번 달은? 내 독서의 한계를 벗어나보는 달이었다.
사실 난 자기 계발, 심리서 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독서는 취미'라는 관점에 내가 좋아하는 책은 에세이나 가독성이 좋은 책,
'독서는 지식 습득'이라는 관점에서는 실용서, 육아서, 어학서, 교육 관련 서적을 읽는다.
이번 한빛나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아주 보통의 행복'은 심리에 가까운 자기 계발 책이었다.
아무리 좋고 옳은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청개구리'의 심보인 나는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누가 서울대 철학과 교수님 아니랄까 봐 조금은 어렵고 딱딱한 말투였지만, 책에는 좋은 말이 가득했다.
좋을 글 귀에는 밑줄 스티커를 붙여가며 책을 내려갔다.
허허.. 밑줄까지 체크해 가며 책을 읽었지만, 머릿속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좋은 말씀들을 가득하신 거 같은데, 눈을 통해 뇌로 오는 사이에 다 휘발된 느낌?
예전 성당 미사시간 중 신부님 강론 말씀 듣고 묵상할 때 좋은 말씀들이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좋을 글귀들이 금방 사라지는 신기함을 몸소 체험했다.
'계속 읽을 것인가?', '그만 덮을 것인가?' 고뇌의 갈림길에서 '계속 읽기'를 선택하였다.
다행히 PART2 행복에 관한 진지한 농담부터는 일상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어 읽기 편해졌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다랐을 때 '삶에 밑줄 치기'에서 이 책을 읽은 행복을 찾았다.
삶에 밑줄을 치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음미하기(savoring)'라고 부른다.
마음의 저장고에 오래오래 보관한다(save)는 뜻이다.
음미하기는
세상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출처: 아주 보통의 행복 261쪽
휙~ 휙~ 넘어가던 책장 페이지처럼, 내 하루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만 흘러가는 거 같았다.
가을에 새빨갛게 물드는 단풍잎,
점심시간 커피 한 잔 사러 나가는 길에 코끝에 스친 차가운 공기,
퇴근길 창 밖으로 금세 어두워지는 밤하늘
하나하나 마음의 저장고에 오래오래 보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