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에세이
성북구 보문역 근처에 작은 디저트 가게 ‘LE COEUR’가 있다. ‘르쿠에르’라고 읽으며, 프랑스어로 ‘마음’이나 ‘심장’을 뜻한다.
지난 어버이날,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을 때, 얼씨구나 하고 디저트 가게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이름은 ‘생토노레’로 생소하지만 모양은 조금 낯이 익은 디저트가 있는 작은 가게를 발견하였다. '르쿠에르'에 가고 싶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니 아들은 가는 것은 귀찮다며 돈만 내겠다고 해서 결국 딸과 나만 가게 되었다.
가게에 도착하니 눈길을 사로잡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들이 많았다. 작은 슈를 쌓아 그 사이를 크림으로 장식한 생토노레, 밝고 상큼한 노란색 크림이 눈에 띄는 데이지 꽃 모양의 제주 레몬 바질 타르트, 산딸기가 옹기종기 올라간 산딸기 타르트, 망고가 가득 든 클래식 망고 쇼트케이크, 그리고 다양한 쿠키, 휘낭시에, 마들렌 같은 구움 과자와 소금빵까지 선택이 쉽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계절 한정 메뉴인 ‘클래식 망고 쇼트케이크’를 최종 선택했다.
네모 반듯한 모양과 ‘계절 한정’이라는 것에 끌려 원래 목적인 생토노레는 뒤로 하고 망고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딸을 위해서 루이보스 티를 주문했다. 아이들이 디저트만 결제하고 음료는 내가 결제했으니 결국 비슷하게 지불했지만 뭐 아이들 덕분에 망고 케이크를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생크림을 싫어하는 딸은 나에게 많이 먹으라고 케이크를 밀어주어 아주 고맙게도 나 혼자서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신선한 망고가 가득 들어있고 크림과의 비율도 적절하고 시트도 눅눅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너무 맛있어서 한입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케이크가 아쉬울 뿐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사줘서 더욱 달콤하고 맛있게 느껴졌던 것도 있으리라
그 후에는 나 혼자 들려서 맛보지 못했던 생토노레도 먹어보았는데 바삭한 슈안에 바닐라 빈이 콕콕 박힌 크림레제가 들어있고 겉은 살짝 단단한 바닐라 가냐슈 몽떼 크림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생토노래도 아주 맛있었지만 둘 중에 베스트를 뽑자면, 나도 그렇게 크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크림이 주 포인트인 생토노레보다는 시트와 망고의 조합인 망고 쇼트케이크를 베스트로 뽑고 싶다. 시즌마다 메뉴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다음에 간다면 다른 디저트를 골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