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을 내딛기 어려울 때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
학부를 졸업하고 의학을 다시 공부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수능을 다시 보고 예과부터 총 6년을 공부하는 것,
의대에 편입해서 본과부터 재학하는 것,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본과부터 재학하는 것 이다.
나는 수능은 정말 다시 볼 자신이 없었고 일정상 편입공부도 어려웠기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선택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는 서류접수이다. 자기소개서와 함께 영어점수, 학점, 기타 대외활동을 정리하여 제출한다.
두번재는 MEET 시험이다. 크게 생물, 일반화학, 유기화학 세개의 과목이 있고 생물시험의 중요도가 화학시험에 비해 큰 편이다.
세번째는 면접이다. 서류점수와 MEET 점수를 토대로 1차 합격발표가 나고,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다.
각 입시과정을 살펴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이라도 접을까?' 였다.
자기소개서, 시험, 면접...
차라리 처음 해보는 과정이었으면 멋모르고 도전이라도 했을 텐데
이미 한번씩 해본 일들이라 섣불리 다시 발을 담그기가 망설여졌다.
나를 증명해내야 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매번 작아지곤 했으니 말이다.
나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를 얼마나 자책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또 얼마나 울릴 것인지 생각만 해도 아득해졌다.
게다가, 만약 떨어지면 어떡하지? 떨어지면 다시 도전해야하나? 아니면 나는 의사의 재목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해야하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두려움에 짓눌려 숨을 쉬기 힘들었다.
겨우겨우 나를 누르고 있는 걱정더미를 하나 둘 치워내며 일기를 써내려갔다.
'어차피 나의 이력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내보이는 일은 평생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내가 꼭 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소개서 답변만큼도 이야기 하기 힘들다면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스스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언젠간 마주해야 할 과정이다. 그렇다면, 즐겨보자.
어차피 결과를 지금 결정지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의 뜻과 일부의 운에 맡겨보자. 단,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말고 천천히 계획 세우고 하루하루 채워나가보자.'
나를 타박하지 말고 같이 퀘스트를 하나씩 처리해보자는 생각만 했는데도 첫 술을 뜰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