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잊혀가는 유년시절 기억 속의 희미한 추억
"유진이가 어렸을 때 네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했었는데."
"내가? 내가 김치볶음밥을 해줬다고?"
누구나 한번 즈음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본인의 추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렸을 적 명절에 친척들이 모두 모여 북적북적했던 날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집 구조를 떠올려보면 나는 중학생, 사촌동생은 5살 터울로 초등학생이었다.
그 나이에는 둘의 관심사가 비슷해 지우개로 도장 만드는 것만으로도 깔깔대며 재밌게 놀았던 시기였다.
어른들은 잠시 가봐야 할 곳이 있어 외출하게 되었고, 집에는 나와 사촌동생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었다.
오래 걸릴 것도 아니었기에 아마 우리 둘만 남겨두고 나가셨던 것 같다.
나와 사촌동생 둘이서 한참을 깔깔대며 놀고 집안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이고 금방 허기졌었을 것이다.
그때 사촌동생이 배가 고프다 하여, 키 150cm의 중학생인 나는 그래도 언니랍시고 서툰 실력으로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다.
김치볶음밥을 하는 중학생의 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계란후라이었는지, 스크램블이었는지 어쨌든 계란도 함께 곁들여 먹었다.
그 당시 나는 다 만들고 나서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먹어해치우고 나니 곧 어른들이 돌아오셨고 남은 연휴를 마저 함께 지내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항상 명절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촌동생이 아쉬운 마음에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명절이 끝난 후, 엄마가 "유진이(사촌동생)가 숙모한테 혜원이 언니가 해준 김치볶음밥 너무 맛있었다고 얘기했다더라~"라고 말씀해주셨고, 그걸 듣고 엄청 기뻐했던 나의 모습이 기억난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다시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려 "내가? 내가 김치볶음밥을 해줬다고?"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기억 한편을 헤집고 나서야 그날의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아직도 그날의 기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구름처럼 몽실몽실해진다.
그 후 각자 끊임없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촌동생과의 만남도 줄어들어 오랜만에 만날 적이면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아무래도 고등학생까지 되어서 지우개를 도장으로 만들며 깔깔댈 수는 없다 생각했었을 터라-
중학생이던 나는 이제 25살의 직장인이 되었고,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초등학생의 사촌동생은 어엿한 20살이 되어 간호사를 꿈꾸며 대학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사촌동생의 sns를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온다.
바쁜 현대사회생활 속에서 가끔씩은 주변 사람들과 그때 그랬었지 않냐- 하는 추억 거리를 나누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추억거리를 쌓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