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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Nov 19. 2022

이름 짓기

얼마 전 <Tailwind CSS의 장점과 단점>을 읽다가, 장점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에서 재밌는 내용이 있었다.


스타일 클래스의 이름을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클래스 이름 지을 때 고려 사항)... 사실 그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엄청난 양의 인지 부하가 발생하며, 이는 종종 팀원들이 가장 좋은 이름에 대해 논쟁할 때, “바이크 쉐딩(bikeshedding)“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바이크 쉐딩'은 중요한 일은 대충 처리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과 수고를 소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담이지만 난 저런 바이크 쉐딩처럼 딱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유명한 재밌는 말들을 좋아한다. 이런 종류의 다른 단어로는 '야크 쉐이빙 (Yak Shaving, 어떤 일에 대한 선제조건을 계속 따지다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을 하게 되는 것)'도 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만 사실 개발자에게는 정말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실제로 개발자들이 클래스, 변수, 함수 등의 이름을 정하는 것에 정말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새로운 변수를 선언할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고, 특히나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혹시 단어를 잘못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alter, change, modify, improve, fix 등은 비슷해 보여도 정말 조심히 골라서 써야 한다. 이렇게 고민을 하고 지어도 항상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코드를 짠 뒤에 더 좋은 이름을 발견해서 다시 이름을 다 고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점은, 내가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취미생활에서도 이러한 작명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비단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도 그렇다. 문단을 쭉 써 내려가는 것보다도 한 문장의 반의반도 안 되는 제목 짓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창작 칵테일 중 절반은 아직도 이름이 없다. 향수를 만들었을 때도 향을 선택하고 조화를 생각하는 것보다 이름을 고르는데 더 많이 고민한 것 같다.


사실 이름 자체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닐 수 있다. 칵테일의 경우 어느 정도 재료 조합이나 기법, 사용하는 잔에 따라 정해진 이름 규칙을 따라도 되고, 향수도 그냥 "풀향"이라고 써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것이다. 작고 몇 글자 안 되는 이름 안에 많은 의미를 어떻게든 넣어보고 싶은, 혹은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것을 갖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이름이 떠올랐을 때 기쁨도 크다. 창작한 칵테일 중에 색이나 탄산감은 콜라 같은데, 맛은 커피 같은 칵테일이 있다. 그래서 coffee랑 coke를 섞어서 (정말 우연히도 비슷한 스펠링!) cokkee라고 지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해서 선뜻 아무 이름이나 붙이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흔한 이름, 흔하지 않은 별명>이란 글을 소개받았다. 난 이름이 많다. 물론 서류상 이름은 하나지만, 4살 때부터 불려서 본명만큼이나 익숙한 별명도 있고, 주로 사용하는 아이디도 있고, 게이머로서 주로 쓰는 닉네임도 있고, 지금처럼  글 쓰는 나에게 붙여준 필명도 있다. 이 중엔 내가 붙이지 않은 이름도 있고, 대충 지은 이름도 있고, 고심해서 지은 이름도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다른 것에 붙여준 이름에 대해 썼지만, 나중에 내 이름들에 대해서도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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