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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Dec 06. 2022

왜 AI 화가는 안 될까

팀원들하고 AI와 저작권 얘기를 하다가 태시 작가 사건을 알게 됐다. 사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미지 생성 AI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심지어 사용자가 학습시킬 이미지를 넣을 수 있는 버전까지 나왔다. 그러자 특정 작가의 그림을 전문으로 훈련시켜 해당 작가의 그림체와 비슷하게 그려내는 AI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일러스트레이터계에서는 이들을 '그림체 도적떼'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태시 작가가 이렇게 도적질 당한 결과물을 보고 이런 글을 남겼다.

게다가 태시 작가는 공사판 노가다를 뛰면서도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명백히 도적떼가 잘못했다. 실제로 도적질 한 당사자도 바로 사과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다 인상 깊은 댓글을 보았다.


근데 사람도 사실상 과거 그림들을 보고 학습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물론 위 사건처럼 누군가의 그림체를 저격하여 학습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사람도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다른 작품을 베끼는 행위는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말고 범용적인 배움을 통해 나온 일반적인 작품 활동에 대해 생각해 보자. 교육이라는 것은 결국 과거부터 쌓여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람의 작품에도 알게 모르게 많건 적건 다른 작품의 영향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DALL-E나 Midjourney 같은 AI들은 이미 수많은 이미지로 학습되었기 때문에 그림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극히 적어 사람이 다른 작품에게 받은 영향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티이미지와 같은 거대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여러 예술 커뮤니티에서는 저작권을 문제로 AI 그림을 전면 금지시킨다. 사람도 저작권을 어길 위험은 비슷한 것 같은데, AI만 금지시킬 이유가 있을까?


며칠 전에 봤던 글쓰기 관련 글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글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그 글에서는 다른 작가의 글을 필사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스타일대로 글을 쓸 수는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묻어 나오는데, 이러한 경험이 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AI와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 그리는 AI는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린다. 따라서 AI에게는 오로지 그림과 관련된 경험만 남아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그림에 매진한다 해도 중간중간 먹기도 해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사람도 만나는 등 다양한 다른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림과 관련 없는 노이즈들이 축적된다. 따라서 사람은 같은 내용으로 학습하더라도 각자의 노이즈가 낀 상태로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게다가 이 노이즈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겹칠 수 없는 고유한 값이다. 이로 인해 각자의 개성이 담긴 고유의 그림 스타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AI는 이러한 고유의 노이즈 없이 학습한 내용을 그대로 뱉어내기 때문에 저작권에 위험될 소지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내 작품 활동과 관련 없는 딴짓이 오히려 내 작품을 빛나게 해 준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덕분에 딴짓을 할 때 드는 죄책감이 조금은 덜해질 것 같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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