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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Dec 19. 2022

모르는 게 힘이다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약 50년 만에 다시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걸음으로 지난달 무인선을 발사했다.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과 비슷한 물질로 만든 마네킹을 같이 태워 안정성 검사도 했다. 그리고 25일 만에 무사귀환을 했다. 2024년에는 유인 비행선을 보낼 예정이고 2025년에는 드디어 달 표면을 다시 밟을 예정이라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보면 가끔 의문점이 든다. 기술이나 데이터가 훨씬 부족했을 50년 전에도 무사히 달에 발자국을 남기고 왔는데 왜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안 갔으며 이번 프로젝트도 단계 하나하나에 연단위로 오래 걸릴까? 물론 이에는 여러 재정적이나 정치적인 문제도 얽혀있지만, 나는 오히려 기술이 발전했기에 더디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전에는 몰랐던 위험성도 알게 되고 사용 가능한 방법들이 많아져서 더 신중하게 안전한 방법을 찾느라 이전보다 안전할 순 있어도 자원은 더 소모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보면 나도 그러는 것 같다. 최근에 AI 기술과 더불어 다양한 IT 스타트업이 뜨면서 프로그래밍이라는 분야와 개발자의 위상이 높아졌다. 내가 전공을 고를 때만 해도 특이한 애들만 가는 비주류의 경향이 컸다. 하지만 입학하고 나니 갑자기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하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그래서 가끔씩 사람들이 내게 당시에 어떤 전망과 생각을 가지고 컴퓨터공학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내가 컴퓨터공학을 선택한 이유는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알고리즘 문제를 몇 개 풀어봤는데 재밌어서였다. 컴퓨터공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전혀 조사해 보지도 않았다. 전망은 어떻고 내가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 하는 철없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했던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처럼 과감한 선택을 못 하는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어떤 일이 잘못될 가능성과 그 영향에 대해 더 쉽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시작해 보려 해도 그 활동에 얼마나 자원이 소모되어야 하는지, 잘못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새로 해보고 싶은 취미로 클라이밍이 생겼는데, 클라이밍을 하는데 이동까지 계산하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먼저 따져보게 되고, 떨어지거나 다치는 상황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디까지 다칠 수 있고 그러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걱정만 하면서 미루고 미루는 나를 보면 가끔씩 패기 넘치던 학생 때가 그립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몸에 밴 경험과 지식들을 없앨 수는 없다. 이는 이제 알고 모름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력과 행동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모름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남아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박탈감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질투가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물고기가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나 기린이 높이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질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옆에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비싼 선물을 받거나 좋은 숙소에 여행을 가면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전에는 내 주위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것이 쉽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SNS가 발달하고 나서 우리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게다가 SNS는 그들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좋은 부분만 편집되어 올라온다. 따라서 SNS는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박탈감을 느끼기 너무 쉬운 공간이 되었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인권 향상과 함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러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인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아니지만, 그 부작용으로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능동적으로 모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나 요즘 불안하거나 불안정하다면 의도적으로 주변에 대해 모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와 거리 두기를 하는 '디지털 디톡스' 요법을 실행해 보는 것도 좋다. 혹은 아예 템플스테이와 같이 속세와 멀어져 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약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모르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더 능동적이고 강한 것 같다. 그래, 모르는 것은 힘이다. 우리는 과감히 도전하고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모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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