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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Feb 11. 2023

Bondee, 새로운 SNS가 등장했다.

최근 들어 인스타에서 비슷한 형태의 스토리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씩 유행하는 OOO 테스트 결과 공유 같은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바타나 방 같은 게 꾸며져있고, '친구 추가해 주세요~'라는 말도 같이 들어있었다. 알고 보니 Bondee라는 새로운 SNS 플랫폼이 등장한 거였다. 공식 캐치프레이즈는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할 직업인 개발자이지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렇게 유행했던 인스타도 미루고 미루다가 작년에야 겨우 시작했는데 갑자기 또 새로운 SNS라니, 사실 보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내가 그 세계에 들어가진 않더라도 개발자로서 시장 환경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 특히나 요즘 저물어가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왔는데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 새로운 플랫폼이다 보니 Bondee에 대한 정보도 담겠지만, 내가 찾아보면서 느꼈던 생각들도 같이 녹여보며 살펴보려 한다.


제일 먼저 보였던 다른 SNS와의 차별점은 친구 수가 5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광고성 계정이나 인플루언서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을 숨김없이 공유할 수 있는 "찐친들"의 SNS을 만들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진짜 친구"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는 그 반대 개념인 "헛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종종 나왔었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 친구 목록이 세 자리 수이고 어떤 사람들은 천 단위도 훌쩍 넘는데, 과연 그중 정말로 연락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연락은 계속한다고 해도 내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Bondee를 해본다면 강제로 50명이라는 제한이 생긴 덕분에 이번 기회에 내 진짜 친구들은 누구일지 생각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마음이 다른 경우일 것 같다. 내가 Bondee를 시작하는 데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령 나는 정말 저 친구와 찐친이라 생각했는데, 저 친구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혹은 나는 저 친구와 별로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요청이 오면 난감할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친구가 "짝사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짝친구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자칫하면 이 짝친구라는 단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출처: Bondee 앱스토어


그다음으로 눈에 띈 기능은 아바타와 아지트이다. Bondee에서는 자신의 아바타와 작은방 정도 크기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메타버스 아지트"라는 표현은 여기서 나온 것 같다. 예전에 싸이월드를 해보신 분들은 여기서 향수를 느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과 거의 복제된 수준으로 꾸미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이상에 가깝게 꾸미기도 한다는 것이 재밌는 것 같다. 위 이미지처럼 내 친구들이 꾸며둔 모습을 모아서 볼 수 있고, 다른 친구의 공간에 놀러 가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기능도 재밌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내겐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내가 노력하는 것 중에 가장 나아지지 못한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다. 물론 노력의 결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순서가 반대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즉, 다른 사람들의 시선만을 의식하여 거짓되거나 새로운 행동을 하진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하는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걱정은 큰 편이다. 특히나 나를 나타내는 것에 대해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심지어 간단한 게임 캐릭터 이름 하나도 쉽게 못 정한다. 에세이를 쓸 때에도 이러한 걱정에 계속 회고를 하면서 신중하게 쓰다 보면 글 하나 쓰는데 3~4일이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매일 글을 쓰는 분들의, 자신의 글을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럽다. 이런 내게 나를 표현하는 아바타와 공간을 만들라니, 얼마나 많은 걱정과 고민이 소모될지 벌써부터 예상이 간다. 그나마 50명으로 제한된 찐친들에게만 보인다는 점에서 부담이 덜 해질 것 같긴 하다.


출처: Bondee 앱스토어


뭔가 쓰다 보니 부정적인 감상만 쓰게 된 것 같은데, 괜찮아 보이는 부분도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위 이미지처럼 자신의 현재 감정이나 행동을 간단히 아바타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내 "현재"상태를 공유한다는 것이 다른 SNS에선 쉽게 보지 못한 부분인 것 같다. 카카오톡의 상태 메시지는 아주 가끔 바꾸거나 거의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인스타의 스토리도 시간제한이 있긴 하지만 "오늘 하루"라는 느낌이었지 "지금 당장 현재"와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SNS였다면 내 현재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겠지만, 내 찐친들에게만 공유된다고 생각하면 맘 편히 재밌게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나는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 SNS를 하는 편인데, 여기에 실시간이라는 개념이 결합되면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출처: 시빅뉴스


끝없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플로팅 콘텐츠도 재밌어 보였다. 항해하면서 랜덤으로 아바타나 아지트 꾸미기에 쓸 아이템도 얻을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게임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플로팅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기능인 것 같다.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에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을 주어지는 보상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능성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도박이나 가챠에 중독되는 것이 이 원리이다. 이런 불확실성에서 오는 쾌락을 가볍게 느낄 수 있게 설계된 콘텐츠가 이 플로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랜덤성 컨텐츠를 배제한다고 해도, 바다를 항해하는 것 자체가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서 할 일 없을 때 시간 때우면서 힐링하기 좋은 콘텐츠인 것 같다.


종합해 보자면 다른 SNS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개념이 많은 SNS인 것 같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재밌어 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아직 시작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아마도 갑자기 친구들이 다 같이 하지 않는 이상 시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뭐든지 일단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 되는 사람이라, 하게 되면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다. 안 그래도 여가시간에 비해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요즘 대기열을 만들어 순서대로 하고 있어서, 대기열에 추가는 해둘 만한 것 같지만 몇 달은 지나서야 대기열에서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그쯤 되면 Bondee가 잠깐 반짝 한 유행인지 진짜 시대의 흐름인지도 명확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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