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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Apr 23. 2023

이왕 쓸 글이라면

일석이조. 고스톱에서는 일타쌍피. 게임에서는 원샷투킬. 효율적인 걸 좋아해서 그런 건지 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그러다 보면 각각의 결과 측면에서는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효율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1이 나올 일이 0.7이 나오더라도, 그게 두 개면 1.4이니 총합은 1보다 이득인 것에 만족한다.


이런 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Fold It'이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미국의 워싱턴 대학교에서 개발한 단백질 구조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실제 단백질의 구성 원리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고, 더 안정적인 단백질을 만들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았다. 수만 명의 게이머들이 달려든 결과 정말 다양한 단백질 구조를 찾아냈고, 그중에는 수십 년간 밝혀내지 못했던 에이즈와 관련된 단백질 구조도 있었다. 이 놀라운 결과는 네이처지에 논문으로 실렸고, 수만 명의 게이머들 모두 저자로 기록되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관련해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게이머들은 단순히 게임을 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로 다양한 질병 치료에도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거창한 프로젝트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행동이 서로 다른 종류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에 자각을 하고 종종 생각해 보게 되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었다.


작게나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일단 토이 프로젝트로 기획을 해본다. 그러다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면, 일단 내가 필요한 서비스가 생겼다는 것 자체로도 이득이고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 공부도 하게 되니 더욱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개발 공부만을 목적으로 토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의욕이 꺾일 때가 많은데, 이건 내가 실제로 필요한 것을 만들다 보니 동기부여도 훨씬 잘 된다. 물론 그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들이 내가 공부해야 하는 내용과는 약간 거리가 멀 수도 있고, 내가 직접 만들다 보니 시중의 서비스들보다는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총합으로는 이득이라는 생각에 계속 해보고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누군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개한 것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 경험도 있어서 뿌듯한 마음으로 다른 토이 프로젝트들도 해보고 있다.


그러다 글쓰기에도 다른 가치를 넣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글을 써보는 것이 처음일 땐 내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에 우선 집중을 했다. 그러다 최근에 단순히 글만 쓰는 것에 더해 조금 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에세이의 성격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난 게 '순우리말'이었다.


최근에 Chat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화두가 되면서 나도 회사에서 자연어를 처리에 관련된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언어와 관련된 작업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 몇 없는 자체 언어를 가진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그 고유의 언어라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많은데 점점 잊혀지고 있다. 특히 맞춤법 검사기에도 오타라고 판정되는 것을 보고서는 조금 슬픈 감정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 거창하지만 이런 순우리말을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우리말 그리고 이야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차피 요즘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그중에 순우리말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를 쓰면, 글도 쓰고 순우리말도 소개하고 일석이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순우리말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말들을 많이 배워서 일석삼조가 되었다. 얼마나 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많이 쌓이게 되면 나중에 모음집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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