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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Nov 13. 2022

위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MBTI에서 세 번째 항목인 판단 기준의 T(Thinking)와 F(Feeling)를 구분하는 질문 중에 "고민 상담을 어떻게 하는가"가 있다. 여기서 고민의 해결 방법 위주로 생각하면 T에 가깝고, 해결보단 친구에게 공감해 주고 위로를 해주려고 하면 F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머리로는 해결책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친구의 기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머리를 억누르고 F처럼 공감과 위로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위로를 해주냐 마느냐를 떠나서, 해준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이다.


나는 예전부터 "괜찮아", "잘 될 거야" 같은 위로를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위로를 받아도 힘을 내지 못해서, 위로를 해준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부담만 하나 더 추가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상하게 부정적인가 했는데 신기하게도 가수 아이유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 <Love poem>을 작사할 때 직접적인 응원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기도 소리처럼 묵음으로 한다는 마음으로 쓰셨다고 한다. 이 부담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아이유 팬이 된 이유>(대숲 글이 사라져서 퍼간 팬 페이지로 대체)라는 제목으로 학교 대나무숲에 글을 쓴 적 있다.


그렇다면 위로는 정말 부담만 주는 행위일까? 조용히 속으로만 응원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할까? 안 그래도 고민을 들으면 해결책만 떠올라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내겐 참 어려운 주제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가만히 듣는 거였다. 부정적인 감정은 남들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고 하지 않은가. 그래서 최대한 다 부담 없이 쏟아낼 수 있도록 조용히 들어주려 노력했다. 쉽게 말하자면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것이다. 표현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내겐 생각보다 힘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F에 더 가까웠다면 좀 더 좋은 위로를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런데 <비폭력대화>라는 책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던 게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이라는 말을 했다. 이 책에서는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거나 그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고통이나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 사람 자신과 그 사람이 겪는 고통에 온전히 함께 있어 줘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약간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온전히 같이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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