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린 것만으로도

by 강은

개학했던 첫날, 낯설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앞문을 살짝 열고 내 눈치를 본다. 쭈뼛쭈뼛 어색하게 들어온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친구를 하나 둘 만나고 금세 조잘조잘 떠든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애들은 금방 적응했다. 아침 시간의 소란도 오랜만이다. 시끄럽다고 느껴지는 걸 보니 나만 적응을 못 한 것 같다.


4교시밖에 안 했는데도 진이 빠졌다. 퇴근하고 몸은 지쳤는데 굳이 일으켜 나갔다. 나가서 한 번 달리고 왔다. 뛰고 나서 샤워를 하면 상쾌하다. 그게 내가 뛰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불안해서 뛰었다.


제법 키도 크고, 행동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남은 2학기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춘기가 너무 세게 오지 않기를 내심 바랬다. '혹시 아이들이 변한 건 아니겠지?', ' 애들이 안 예뻐 보이는 순간이 오면 어쩌지?' 같은 의문을 뻗어나갔다. 개학 첫날, 나는 실체가 불명확한 불안감으로 지쳤다.


불안해서 뛰었다는 걸 달리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조금 편안해졌다. 불안했나 보다, 하고.


다음 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 보니 선생님만 적응을 안 한 것 같아. 불을 피우려면 군불을 지피는 과정이 필요하대. 선생님도 조금씩 군불을 때면서 적응해 갈게. 2학기도 잘해보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겠지만 나아가 보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마음을 너무 주었나, 하며 후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순간의 내 마음이었고, 마음을 준 만큼 실망도 크지만 감동 역시도 클 테니까.

그리고 어렴풋, 실망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도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으리란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공책 한 모퉁이에 적었다.

'아이들 생각이 안 났던 방학. 개학 날에도 여전히 방학 모드에 젖었던 나. 그만큼 방학을 잘 쉬고 잘 보냈다는 말!'

'학기 초라 적응하기 지치고 바쁘지만 하나씩 해보자. 군불 지피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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