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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Jul 03. 2019

#6.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내 생활에 미친 영향

행복한(?) 족쇄, 또 하나의 적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중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상세한 자격 요건과 진행 방법 등이 나와 있지만, 이 제도의 원리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청약기간 동안 근로자 본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6개월마다 기업 기여금과 정부 지원금이 들어온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업 기여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므로, 실제로 회사에서 내는 돈은 없다) 청약한 재직기간 도중에 퇴사하면 적립금과 정부 지원금 일부를 수령하고, 기간을 다 채우면 적립금·기업 기여금·지원금 전액을 수령하는 제도이다.



   두 번째 직장에는 이전부터 취업성공패키지를 진행하다가 입사한 분이 있었는데, 정책 연계에 따라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들었다. 함께 입사했던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가입을 요청했는데, 그때 회사 측의 반응은 명료했다. '더 오래 다닌 직원들이 있는데 신입에게 그런 혜택을 먼저 줄 수는 없다’,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신입이 회사에 뭘 해달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회사와 더 실랑이하기도 힘들고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가입 기한도 지나버려서, 깨끗이 포기하고 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 맞춰 재무 계획을 짰다(#2-지출 분류에 따라 예산 짜기).

   그런데 2018년 5월 즈음 개정 발표가 이루어지고 기존 직원분들이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진행하면서, 나에게도 갑작스러운 가입 승인(?)이 떨어졌다. 바뀐 정책에 따라 정규 전환 후 세 달 안에 청약까지 완료해야 했는데, 가입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는 그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작은 회사라 담당자도 따로 없어서 서류도 모조리 직접 준비했다.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고, 청약 진행까지 완료하는 데 3~4주 정도가 걸려 아슬아슬하게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에 성공했다. 나는 이전에 직장을 다닌 적이 있어 3년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2년형으로 가입하였다. (결국 회사를 2년 6개월 다녀야 지원금을 모두 수령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얼떨결에 그리 많지 않은 월급의 41%를 저축하게 되었다. 3년짜리 적금에 주택청약저축만으로도 이미 빠듯했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작하면서 매달 12만 5천 원이 더 나가야 했다. 거기에다 각종 변수 때문에 매달 15~20만 원 정도 생기는 예산 마이너스를 명절 상여금에서 떼어 만든 비상금으로 메웠다(#3-통장 쪼개기 활용!). 그렇게 연말이 되니 예상치 못한 건강검진 추가 비용에다가 갑자기 떠난 가족 여행비까지 엎치고 덮쳐 나중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허덕이던 2018년이 끝날 무렵 가계부 결산을 해보니 급할 때 당장 끌어 쓸 수 있는 돈, 즉 유동자산이 겨우 5%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했으면… 적금 액수를 줄였을 텐데…)


   어찌 되었든 1년에 천만 원 모으기도 빠듯한 내 월급을 생각하면, 2년간 300만 원을 모아 지원금 1,3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 있었던 건 천만다행이었다. 3년짜리 적금도 사실 3천만 원이 목표였지만, 이자까지 다 합쳐도 목표 금액에는 조금 못 미친다. 공제의 기대 효과를 가늠할 때 총수령액을 햇수로 나눠 연봉에 얹어서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만기 직전과 만기 시 수령액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므로(ex.2년형-1년 6개월 재직 시 450만+a  VS. 2년 만기 시 1,600만+a) 이자율이 말도 안 되게 좋은 적금을 들었다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한 계산법이다(물론 연봉이 오른 셈 치는 게 기분은 더 좋다).


공제 기간 도중에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도중에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 본인이 적립한 금액과 정부지원금만 수령할 수 있으며 다음 직장에서 다시 가입할 수 없다. 황금 같은 마지막 기회인 만큼 지금 맡은 직무로 향후에 경력을 더 이어가기 힘들다거나, 별로 원치 않는 직무이거나, ‘그 인간’이 내 수명을 심하게 깎아 먹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n개월만 더…'라는 희망으로 버티게 된다. 만약 경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등 회사 측 귀책사유로 퇴사한다면 페널티는 적용되지 않는다.

   청약 완료 후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면 가입을 취소할 수 있다. 만약 새 직장이 청약 기간 내에 심신의 건강이 심하게 망가질 듯한 회사라면, 제발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일찍 도망치자. 그리고 간혹 연봉에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포함하여 금액을 부풀리는 회사가 있다. 불합리한 계약일뿐만 아니라 공제 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 박봉에 시달리게 되므로 잘 확인해서 걸러야 한다. 또, 제도가 개정되면서 세부 요건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곧 가입할 예정이라면 홈페이지나 뉴스를 통해 정확한 최신 내용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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