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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Mar 01. 2020

#7. 청년내일채움공제 해지, 천만 원짜리 선택

만약 중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요모조모 잘 따져보자





   두 번째 회사를 다닌 지 1년 반이 될 무렵,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업계 불황과 신상품 실패로 회사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고, 기획 부서 인력 이탈과 의사결정권자의 잦은 변심 등으로 인해 업무는 디자인팀까지 넘어오지 못하고 무산되기 일쑤였다. 몸은 한가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시간이 두 달, 세 달, 네 달에 이르자 나는 무료하고 갑갑해서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합리한 인사 이동과 아무 명분 없는 사내 행사 등이 이어지자 회사 분위기는 점점 더 끓는 냄비처럼 험악해졌다.


이직의 대가, 얼마 정도일까?
=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 수령액 1,600만 원 - 중도해지 환급금 약 425만 원
   - 만기 시점까지 이직한 직장에서 받을 월급 총액과 현 직장에서 받을 월급 총액의 차
   - 직무상 성장 기회를 얻어 향상될 나의 미래가치
   - 근무환경 변화로 회복될 정신건강의 값어치


   당장 이직하면 포기해야 할 금액을 계산해보니 1천만 원 상당이었다. 값비싼 선택이었지만, 그 돈만 바라보며 1년을 더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게 보내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이제 한참 성장해야 할 3년 차 디자이너였고, 몇 년 안에 결혼과 출산을 거쳐 경력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일할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좀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일을 많이 하고, 알찬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몸값을 최대한 올려야 했다.



   천만 원이 아깝지 않으려면 다음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중요했지만 연봉을 얼마나 올릴지도 중요했다. 연봉 상승률은 보장되지 않고, 아껴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 수입 총액을 늘려야 한다. 이제 경력직이니 직접 연봉 협상을 할 텐데, 희망연봉을 어느 정도 불러야 하는지도 걱정이었다. 헤드헌터 말로는 보통 10% 정도 올릴 경우 협상이 잘된 것으로 본다고 했고, 면접을 정말 잘 보면 15%까지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나는 다행히도 이직에 성공했고,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를 9개월 남기고 퇴사했다. 연봉을 12% 정도 올렸고 이전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두 번째 회사를 다니며 겪은 여러 가지 정신적 고통도 해소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무료한 시간 때우기가 지긋지긋(!)했던 나는 퇴사 후 여행이나 휴식기 없이 곧바로 새 직장으로 출근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입이 한 달도 비지 않았고, 퇴직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금을 고스란히 여유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환급금이 생각보다 빨리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금(퇴사 후 14일 내로 의무 지급!)보다 훨씬 늦게 들어온다. 신청하는데 꼬박 한 달 걸렸으니, 받는 데에도 한 달 이상 걸리는 모양이다. 해지 요청은 기업과 근로자 양측 모두 신청해야 하고, 해지 사유는 같은 항목으로 선택해야 한다(자발적 퇴사일 경우와 타의적 퇴사일 경우의 환급금이 다르다). 신청 후 접수까지만 약 한 달이 걸리며 1~2주 정도 기다리면 마침내 지정 계좌로 해지환급금이 입금된다. 그러니 퇴사 직후 1~2개월분 생활비는 꼭 따로 확보해두도록 하자.

   내일채움공제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우리의 영원한 숙적인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내가 가입한 공제 유형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총 얼마가 적립되었는지 등 정확한 날짜와 상세한 납부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퇴사 욕구가 치밀어오르는 퇴근길에 종종 들어가서 적립액을 확인해보면 기분이 꽤 나아진다(!). 같은 홈페이지 상의 '상품안내' 페이지에서 지원 주기별 중도 해지 금액을 비롯한 각종 상세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에서 기업지원금을 언제 넣었는지, 제때 넣기는 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중도해지신청이 승인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닷새 후, 환급금 412만 5천 원과 예금이자 약 5,000원이 통장에 입금되었다(2019년 10월 무렵이다! 정책 세부사항이 자주 변경되므로 꼭 최신 정보를 알아보자). 막상 받아보니 포기한 금액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미리 정리해둔 이유들을 떠올리며 미련을 떨쳤다. 대학교 졸업반이라 한창 돈 쓸 일이 많은 동생에게 얼마를 떼어주고 나머지는 모두 CMA통장에 보관했다. 새로운 회사에 무사히 정착한다면, 이 자금으로 드디어 소액투자를 건드려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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