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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Nov 27. 2020

근데, 꿈을 이룬 다음엔 어쩌지?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장예원 지음




아나운서? '직장인' 장예원 이야기!


방송인 장예원. 우리는 같은 해에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내가 1년 남짓한 경력 쌓기를 세 번 거듭할 동안 그녀는 벌써 8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했다. 어마 무시한 속도다. 하긴 나는 휴학만 두 번 해가며 6년을 꽉 채워 졸업했고, 그녀는 대학교 3학년 때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으니 그 속도가 같을 수가 있나. 당시 최연소 입사라는 타이틀도 꽤 멋지다. 그동안 난 뭘 했더라?


사실 13살일 때부터 쭉 아나운서를 꿈꿨다고 하니 그녀로선 10년 동안 한 발짝 한 발짝 오랜 꿈에 다가갔을 뿐이다. 꿈을 이루는 데 10년, 현실이 된 꿈속에서 고군분투하며 8년. 벌써 삶의 반 이상을 그 꿈과 함께였을 텐데, 그 정도면 이미 피부에 착 붙어버린 정체성이었을 텐데. 다음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십 대의 내가 부모의 기대에 맞춰 빠르게 걸었다면, 삼십 대에는 나만의 속도로 걷기로 했다. (138p)


아, 서른을 앞둔 맏딸인 나 역시 이 심정을 너무나 잘 안다. 십 대 때는 무난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훈련을 착실하게 받았고, 이십 대 때는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입하려고 애썼다. 어떻게 살아야 맞는 길이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게 된 지금에서야 나 역시 비로소 스스로 옭아매던 여러 가지 마음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무심결에 나를 움직이던 부모님, 선생님, 선배들의 목소리가 아닌 진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생긴 거다.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밑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53P)


'이젠 의젓하지 못한 모습도 부끄러워하지 않을래.' '좀 더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말할걸.' 딴 세상 사람이 책 구석구석에 숨겨둔 나와 같은 마음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다는 게 참, 괜한 말이 아니다. 벌써 꿈을 하나 이루고 다음을 향해 가는 그녀와, 아직도 꿈을 찾는 중이라 뭐 하나 제대로 이뤄본 적이 없는 나. 하지만 우리 둘 다 지금 하고픈 일을 따라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간다는 건 똑같다.


돛단배를 머리에 얹은 채 활짝 웃는 표지 일러스트처럼 책장이 가볍게 술술 넘어가는 밝고, 희망차고, 예쁘게 쓴 책. 아마 이 책에 차마 담지 못한 노골적인 이야기가 더 많았으리라. 최연소로 입사해서 'SBS 간판 아나운서'로 불리며 일하던 사람의 직장 생활이 결코 순한 맛일 수는 없을 테니까. 담담한 말투와 발랄한 느낌표 사이에서는 읽어낼 수 없는 속사정을 괜히 혼자서 짐작해 보는 출근길이었다.




렛'S 출근길 책읽기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장예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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