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이징] 여러개의 시선(视线), 민생현대미술관

2개의 시선으로 미술 보기

by 심루이

미술관에서는 함께 간 지인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편인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두의 시선(视线)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너무 좋았던 작품이 지인에게는 희미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그 반대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각자의 동선과 한 작품에 머무르는 시간이 같을 수가 없다. 출구쯤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 보면 지인이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한 작품이 내게는 “그런 작품이 있었나?”싶을 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던 작품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예술 감상이 얼마나 개별적인 경험인지 실감한다.


집에 와서 지인이 최고로 쳤던 작품을 한 번 더 찾아보게 되는데, 그러니 2개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한 셈이 된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마음 가는 대로 미술관을 휘젓는 것도 좋아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도 내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준다.




민생현대미술관(民生现代美术店)에서 내 마음을 울린 작품은 '장따리(张大力)'의 <拆-故宫>이라는 이 작품이었다. 무너져가는 벽 사이로 고궁이 보인다. 개발과 옛 것이 교묘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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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림인가, 사진인가 싶어서 유심히 봤다. 사진을 기반으로 해서 편집을 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작가 ‘张大力’는 중국의 첫 낙서화가로, 1987년 중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다. 95년 베이징으로 돌아온 뒤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철거를 앞둔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자신의 머리 모양을 본떠 두상을 그린 후 이를 작품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对话(대화)>라는 프로젝트였다.




함께한 춘은 ‘송동(宋东)’ 작가의 <抚摸父亲 1997-2011/Touching My Father> 부스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빠를 쓰다듬는 것을 프로젝트로 삼은 아들(=작가)에 관한 기록이었는데, 사실 저번에 혼자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구석에 흑백 부스로 되어 있던 이 프로젝트를 그냥 지나쳤었다. 춘의 시선 덕분에 이번에는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작가는 아빠를 쓰다듬은 기억을 세 개의 시기로 나눠 기록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2002) 비로소 아버지의 몸을 제대로 만지게 된다. 작가는 이 ‘쓰다듬’을 비디오로 기록해 두었지만 깊은 슬픔 때문에 한 번도 틀어본 적은 없다고 한다. 벽을 가득 메운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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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황용핑, 쩡판즈, 팡리쥔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를 실물로 처음 봤다. 저번에 봤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큰 손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핏빛 손은 무언가를 끝없이 갈구하고 손에 뒤면 놓지 못하는 도시인의 탐닉과 탐욕을 은유한다고 한다. 우한에서 태어난 쩡판즈는 93년 베이징으로 이주해 베이징이라는 거대 도시가 내뿜는 허영과 기만, 고독 등을 가면 시리즈에 담았다. 94년부터 시작해 다양한 패턴으로 수년간 지속된 가면 시리즈는 2000년 가면을 벗고 ‘초상’ 시리즈로 이어진다.


2020-11-24-10-47-25.jpg 曾梵志 《A系列之三- 婚礼》
2020-11-24-11-27-46.jpg 方力钧 《1990》
2020-11-24-12-06-39.jpg 황용핑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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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12-23-10.jpg 좋았던 작품들


798 예술구 쪽에 위치하고 있는 민생현대미술관(民生现代美术店)은 해마다 수 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중국 굴지의 대형 상업은행인 민생은행(民生银行)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민생 은행은 문화 예술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 미술품 수집의 경우 현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컬렉터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현대 예술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밝힌 적도 있다고 하니 예술에 대한 열정이 거대 금융 기업의 한가로운 공익사업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绵延: 变动中的中国艺术/면연: 변동하는 중국예술>로 팡리쥔, 황용핑, 쩡판즈 등 91명 예술가의 94개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회화, 조각, 장치,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이런 전시를 무료로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좋은 작품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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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export1607820943249.jpg 우리는 미술관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대가의 졸작과 무명의 걸작'을 만난다.


특히 SNS에 너도 나도 인증샷을 올리는 레인보우 창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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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12-11-55.jpg 열심히 인증샷 찍고 있던 (중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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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휴관 /10-17 (공짜)

-위챗으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된다.


#베이징에서_beijinger/생활여행자로_매일_열심히_걷고_먹고_쓰기

#생활탐색자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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