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리, 난츠즈따지에(南池子大街)

소리를 들으며 걷기

by 심루이

도시를 산책할 때는 대부분 음악을 듣지 않는다. 위험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도시가 내는 소리가 그 도시를 정의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화(儿化)가 심하게 섞인 북방 사투리 소리, ‘따오츠어따오츠어(倒车)’ 후진하는 택배 차 소리, 슈퍼마켓 앞에서 동네 노인들이 시끄럽게 마작 두는 소리, 커피 원두 갈리는 소리, 자전거 페달 소리, 아이가 우는소리,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소리…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내게 들려주는 무수한 소리들을 들으며 걷는다.


2020-11-03-10-49-52.jpg 南池子大街




가끔 소리가 모든 걸 압도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그 소리로 어떤 사람을, 어떤 공간을, 어떤 시간을 기억한다. ‘南池子大街’의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미술관 <南池子美术馆>을 나는 빗소리로 기억하고 있다. 이곳에 갈 때마다 비가 내렸고, 이 공간과 비는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기 때문에. <南池子美术馆>의 원래 이름은 합예술 중심(合艺术中心)이었는데 몇 달 새 이름을 개칭했다. 구멍이 뚫려 있는 태호석들과 함께 강남(江南)식 졸정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신장 출신의 화가의 개인 회화전 <PINK>가 전시되고 있었고 이번에는 중국 수묵화 화가 ‘태상주(泰祥洲)’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수묵화가 이렇게 입체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던 전시. 1968년생인 작가 태상주(泰祥洲)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적 관심과 인정을 받고 있는 중국 수묵화가다. 1996년 뉴질랜드에서 뉴미디어디자인을 공부했고, 2006년 칭화대 미술학 박사에 입학해 중국 고대 산수화 전통의 근원, 도식, 철학을 연구한 조금 특이한 이력의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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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가의 전시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 작은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빗소리가 더해지면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는 이곳을 서성이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모든 신경을 청각에만 집중해 본다. 작은 호수에 우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마음에 담는다.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나듯, 마음에서 무언가가 솟아날 것 같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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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바로 오른쪽, 베이징의 심장에 위치하고 있는 ‘南池子大街’에는 명, 청 시대의 각종 자료의 보관소인 ‘황스청(皇史宬)’, 만주족의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진 절 ‘푸두사(普渡寺)’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각종 후통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문화 대혁명 시기에 '葵花向阳路'로 개칭했다가 이후 다시 원래 이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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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들린 후에는 고궁을 바라보며 베이징 카오야를 먹을 수 있는 南池子大街 11号에 위치한 스치민푸(四季民福) 고궁점에 들려보자. 베이징에 유명한 카오야 전문점(全聚德(전취덕), 便宜坊(편의방), 大董(따통) 등)이 많은데 우리의 선택은 늘 스치민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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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엄청난 웨이팅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평일 오픈 시간(10시 30분)에 맞춰 간다면 최고의 자리를 찜할 수 있다. 어느 날에는 혼자 이 거리를 걷다 즉흥적으로 들어가서 오전 11시의 혼맥을 즐기기도 했다. 조금 한가한 시간에 방문할 수 있다면 베이징 방문객을 대접하기에도 참으로 좋은 곳이다.




나를 매 순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소리들 중 나는 어떤 소리로 이곳을,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까. 꼭 기억해야 하는, 기억하고 싶은 어떤 소리들을 도시의 소음 속에 놓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귀를 쫑긋거리며 걷는다.



이곳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행복들


1. 고궁 바라보며 카오야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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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츠즈 갤러리에서 인생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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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 오는 후통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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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_도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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