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폿 찾기 놀이
주말이면 세 가족이 함께 새로운 곳을 찾아 다닌다. 주로 내 취향에 맞춰 엄선된 ‘핫플레이스’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사실 많지 않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에게 맞는 키즈 카페나 놀이터가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았지만, 이제 아이도 곧 십대를 눈앞에 둔 아홉 살이니 아이와 우리의 취향을 적당히 맞춘다. 걷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장소에 오픈 마인드인 아이의 선천적 기질 덕을 보고 있지만, 더욱 평화롭고 지속성을 띠는 우리의 도시 산책을 위해서, 새로운 공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놀이를 계속 만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른바 <사진 스폿 찾기 놀이>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오늘 갈 곳을 간단히 설명해 준 후, 따종디앤핑에서 미리 찾아 둔 10장 내외의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 준다. 사진에 진심인 편이므로 아무 사진이나 고르지는 않는다. 따종디앤핑과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小红书'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사진 후기를 참고해서 앵글과 색감이 쏙 맘에 드는 사진들로 고른다. 아이의 미션은 해당 사진에 나오는 그 스폿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거다. 놀이의 재미를 위해 찾기 쉬운 사진들과 어려운 사진들을 섞는다.
내 취향 기준 ‘2021년 상반기 장소’로 뽑아도 손색이 없는 朗园 공간 시리즈는 베이징에 3군데 있다. 궈마오 근처 ‘朗园 Vintage’, 798 근처 ‘朗园 STATION’, 그리고 베이징 서쪽 ‘石景山’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朗园 PARK’. 오늘의 목적지는 예전부터 즐겨찾기해 둔 서점 ‘全民畅读书店’이 있는 <朗园 PARK>다.
朗园 PARK 사진을 보며 우선 아이는 머리를 굴린다.
여긴 서점 같은데? 이건 구석에 있을 것 같은데? 이 사진 진짜 예쁘다.
나를 닮아 ‘공간 금사빠’인 아이는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흥분 상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 바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해 바로 몇 개의 장소를 찾아냈고, 그곳에 머무는 반나절 동안 스폿 찾기 놀이는 계속되었다. 매서운 아이의 눈은 작은 디테일도 절대 그냥 넘기지 않는다. ‘저기 같은데?’라고 확신하는 나에게 사진의 표지판의 방향이 다르다며 절대 아니라고 하더니, 기어코 정말 그 사진에 딱 맞는 장소를 반대편에서 찾아내는 식이다.
유병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생각의 기쁨>에서 그런 말을 했다. 빈틈에는 중력이 있다고. 두 개 사이에 빈틈이 생기면 나도 모르는 중력에 이끌려 그 사이를 메꾸려 하기 마련이라고. 호기심 혹은 재미라고도 명할 수 있을 새로운 장소와 아이 사이의 작은 빈틈. 그 빈틈의 중력을 따라 아이가 자발적으로 공간을 즐기고 자신만의 산책법을 터득해 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베이징의 다양한 예술 문화 공간이 그렇듯, 朗园PARK도 공장을 개조한 공간이다. 원래 시멘트 부재 공간이었다고 한다. 도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패루와 공원 끝 쪽에 위치하고 있는 '崇国寺古塔'은 이곳을 한층 낭만적으로 만들어 준다.
朗园 PARK의 서점 <全民畅读书店>은 기대 이상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장식된 빈티지한 벽면도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공간 전체의 분위기가 매우 자유로웠다. 서점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않아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서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서점의 모습이었다. 서점에서는 자고로 누구나 책을 꺼내서 편하게 읽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全民畅读书店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우리는 ‘朗园 PARK’를 목적 없이 걸었다. 워낙 큰 규모 덕이겠지만 주말이었는데도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한가로운 느낌이 좋았다. 그 여유로움을 담당해 주는 탑, '崇国寺古塔' 옆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작은 놀이터가 있었다. 몇 개의 그네와 유아용 미끄럼틀이 전부였지만 그네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 상기된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야외 양 꼬치 스폿을 본 순간 미리 생각해 두었던 오늘의 계획을 모두 버리고 야외 테라스에 착석했다. 도시 산책의 맛은 역시 즉흥성이다. '뉴흥흥 바비큐'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을 보며 야외 테라스에서 양꼬치와 맥주를 먹었다. 아이는 그새 사귄 중국인 친구와 신나게 타이어 그네와 시소를 탔다.
공원 표지판에 걸린 캘린더를 보니,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들도 진행하는 것 같았고, 뉴흥흥 옆 충칭 훠궈 집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제 맥줏집과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싶은 공간도 몇 군데 눈에 띄었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들
1. 다양한 포토 스폿에서 사진 찍기
2. 全民畅读书店에서 내셔널 지오그라피의 표지 모델 되어 보기
3. 야외에서 양꼬치 먹기
베이징_도시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