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같은 五道营胡同과 国子监街
유현준 교수는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에서 남들이 정한 ‘핫플레이스’만 찾아다니는 것은 기성품만을 소비하는 것과 같으니 도시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모두에게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 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고.
맞는 말이다.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고 내게 좋은 도시는 아닐 것이다. 내게 맞는 충실한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쌓여 있는 공간. 그 도시를 우리는 사랑하게 되는 것일 테니.
베이징에는 수 천 개의 후통(胡同)이 있지만 누군가 처음으로 후통을 갈 거라고 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후통은 베이징에서 가장 큰 티베트 불교 사원인 용허궁(雍和宫) 근처 우다오잉(五道营) 후통과 그 옆에 위치한 국자감 길(国子监街)이다. 제일 유명한 후통은 역시 베이징 관광 책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난뤄구샹’이겠지만 너무 관광지스러운 골목이라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우다오잉 후통은 내게 처음 후통의 매력을 알려준 곳이다.
우다오잉 후통도 이제는 굉장히 핫해져 버려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주말엔 북적북적하지만 그래도 평일엔 한가로운 대로, 주말에는 활기가 넘치는 대로, 오후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저녁에는 낭만적인 노을과 함께 매번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골목이다.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면서도 늘 새로움을 선물해 주곤 해서 한 번 갔을 때보다 가면 갈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더 애정이 샘솟는다. 바람 좋은 날, 햇살 맞으며 근처 국자감 거리까지 묶어서 걸어본다면 누구라도 베이징 후통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국자감 거리는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다. 1306년에 세워진 국가 최고 교육 기관인 국자감을 비롯해 공자의 위패와 신주를 모신 사당인 공묘 등 다양한 고대 건축물이 있고, 길 양 옆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과 세련된 상점들도 함께 있어 다양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목적지는 없지만 마음 편하게 걷고 싶은 날, 나는 나만의 베이징 공간 플레이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한 우다오잉으로 간다.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레는 기분으로.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들
# 용허궁, 국자감, 공묘 내부 구경하기, 한 번쯤은 관광해볼 만한 관광지다.
# 걷다가 지치면 어느 골목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 사합원에서 먹을 수 있는 쌀국수, 끝내주게 맛있는 태국 음식, 브런치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 해지는 노을에 어우러지는 골목을 렌즈에 담아본다면!
# 국자감 길에 있는 가구 전문점 梵几(FNJI) 구경
'우드'와 '불교'가 중심이 된 梵几(FNJI)의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세련되고 이국적이지만 전통적이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10여 년 전 ‘梵几(FNJI)’를 만든 젊은 CEO ‘高古奇(가오구치)’의 희망처럼 확실히 ‘자연’을 닮았다.
베이징_도시산책
도시를 산책하며 마음을 산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