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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도시를 사랑하는 법, 빠다후통(八大胡同)

베이징을 사랑하는 사람들

by 심루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 작가는 상하이에서 대학을 나온 뒤 1934년부터 베이징 푸런 대학(辅仁大学) 교수로 활동했다. 당시 항일 사상이 있다 하여 일본 영사관 유치장에서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주요섭 작가의 베이징 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그는 '베이핑(北平/북평: 북경의 옛 이름)은 아름답고 평화스럽고 아늑하고 고전적이고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늘 이야기했다. ‘고귀’라는 단어만 봐도 그의 베이징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주요섭 작가는 그 외에도 베이징에 관한 애정 넘치는 글들을 다수 남겼다.


북평에는 삼다가 있다. 수목이 일다(一多)요, 담정이 이다(二多)요, 인력거가 삼다(三多)다. 도회지로서 수목이 많기로는 아마도 북평이 세계 수위일 것이다. 집집마다 커단 나무들이 섰고, 경산이나 북해에 올라서 시가를 내려다보면 집들이 모두 무성한 수목 속에 가리여서 시가지 같지 않고 삼림 같은 감을 준다 …(중략)


둘째로 북평은 담정의 도시이다. 골목, 골목, 골목! 골목의 도시인 북평은 담정, 담정, 담정의 도시이다. 담정도 요만조만의 담정이 아니라 세길 네길 씩 높이 올리고 기와 지붕까지 얌전히 올린 담정의 나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주요섭, 북평 잡감 중


나무와 골목! 과연 베이징은 그런 도시다. 여름 후통을 걸을 때마다 하는 생각. 나무가 우거진 후통이 참 아름답구나.


mmexport1634042103731.jpg 나무와 후통!




내가 정말 좋아하는 후통 중 하나인 ‘양메이주시에지에(杨梅竹斜街/양매죽사가)’와 나란히 ‘주지아후통(朱家胡同/주가후통)’이 있는데 이곳에 ‘网红打卡地(핫플레이스)’ 카페 중 하나인 ‘베리빈즈(berrybeans) 치엔먼점(前门店)이 있다. 사합원 구조로 늘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 打卡地는 카드를 찍는다는 뜻인데 유명한 장소에 가서 출석 체크를 한다는 의미로 왕홍다카디는 '핫플레이스'라는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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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메이주시에지에에서 아주 좁은 후통 ‘青竹巷’을 지나면 주지아 후통에 다다른다. 주지아 후통은 빠다 후통 중 하나다. 빠다 후통은 따자란, 첸먼다제 근처 8개의 후통을 아우르는 말로 산시샹陕西巷/스터우石头/쭝수세졔棕树斜街/한자韩家/바이순百顺/옌즈胭脂/주자朱家/따리大力 후통을 의미한다. 빠다 후통은 한때 베이징 최대 홍등가였다. 남쪽 수도 난징에 '친화이허(秦淮河)'가 있다면 북쪽 수도 베이징에는 빠다 후통 홍등가가 있었다. 시와 노래가 끊이지 않던 풍류의 골목으로 빠다 후통을 중심으로 300여 개의 기방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대부분 서민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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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북위 39도 54분 27초와 동경 116도 28분 17초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이것은 내가 영원히 떨쳐버리지 못하는 정(情)이다. 이것은 서기 1045년에 옌두지청에서 건립되었고, 요대에는 제2의 수도였다가 금대에 와서 제1의 수도가 되었다. 원대에는 정식으로 이곳이 수도로 정해졌고, 명/청대의 수백 년간은 천년 고도로 자리매김하였다. 이것의 이름은 바로 베이징청(北京城)이다.


왕천, 펜으로 그린 베이징 중


베이징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아주 오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베이징을 사랑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는 작가 왕천(王晨)은 베이징을 너무 사랑해서 손에 펜 하나를 들고 수년간 베이징 곳곳을 탐험해 '펜으로 그린 베이징'을 펴냈다. 골목이든 건물이든 고도의 풍경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가 펜으로 그린 베이징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기쁨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림과 짧은 글 속에서도 행복한 그의 얼굴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는 왜 내가 살아온 도시 서울을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지 못했을까? 오늘은 문득 서울이 그리웠다. 스무 해가 넘게 살아온 서울의 그 길들을 산책자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낯선 도시를 걸으며 나의 도시가 다시금 그리워지는 아이러니한 오후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행복한 일들


1. 사합원 카페 베리빈즈 2층 테라스에서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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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방구 같은 작은 서점 内观堂Bookstore에 들려서 미소가 인상적인 사장님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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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铁树斜街에서 인상적인 간판들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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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빠다 후통을 연결해주는 青竹巷 걸어보기 (정말이지 좁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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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_도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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