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삭막한 교실에 커피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근처에 그 흔한 카페나 커피 자판기가 없어 졸릴 때면 늘 ‘커피 땡긴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교실에서 누가 커피를 사 왔지? 궁금하던 찰나,
누군가 교실 캐비닛에 봉지 아메리카노를 잔뜩 넣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우. 뜨거운 물은 구할 수 있으니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따뜻한 마음과 작은 다짐이 봉지 커피의 형태로 내게 도착했다.
아 나도 더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아아.
아줌마 학생이 즐비한 교실에서 싱글남으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같은 반 친구의 생일.
생일이라고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던 그날에도 비슷한 마음은 도착했다. 보온병에 담긴 미역국의 형태로.
우와 남편에게도 해주기 어려운 일인데 대단해요, 언니.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날도 난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그 마음 씀씀이에. 그것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유난’이 아니라 유쾌한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미역국은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사업을 시작한 그 친구가 10년 만에 생일 당일에 먹은 미역국이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섣불리 가지고 있었던 착각 중에 하나는 나이 들수록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 나이 들어서 만난 사람은 예전 사람만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편견 말이다. 그 착각은 확실히 착각이었다.
이렇게 나이 먹어서 좋은 친구 만나기를 기대하다니 너도 참 순진하군!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생각을 산산조각 내며 다가오는 좋은 사람들.
대가에 대한 기대 없이 베풀어지는 마음의 깊이에 하염없이 감동하며 짧은 만남에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기도 하고, 더 줄 것이 없는지 계속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그리고 이곳 중국에서도 나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그 교류가 나를 변화시킨다.
어쩌면 만남의 지속성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는 이 순간, 나를 찾아오는 깨달음과 소박한 감동, 그리고 즐거움이 소중하다.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관계에 무리하지 않되,
느끼는 순간순간 편하게 마음을 전하는 일.
보낸 만큼 도착하지 않는 마음에 서운해하지 않고,잊히는 것에 겁내지 않고,
한 번 함께 걸어보는 일.
그것이 나이 들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나의 변화!
어쨌거나, 죽는 날까지 누군가에게 매료되며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을 기대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