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미한 불안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일이 폭발적으로 몰리기 시작할 즈음이었던 것 같다. 무엇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불안했다. 일이 워낙 많으니 무엇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만 같아서, 일도 육아도 다 엉망인 것만 같아서, 그 구멍들이 남들 눈에 곧 발각될 것 같아서 나는 내내 불안했고 쉽사리 잠들지 못했었다.
낙천적이고, 긍정의 대명사인 나조차도 전화벨 소리와 메시지 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윙윙- 환청이 들리고 샤워와 운전을 할 때 특히 불안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상태가 계속됐다.
그때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건 스스로를 위해 살고,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구멍을 들키지 않기 위해 구멍 위를 계속 덮으며 가시밭길을 걷고, 나도 잘 모르겠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위해 눈치를 보며 일하고 있었다.
오히려 편안하면 그 안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더 불안해지는 나날들이었다.
그 불안의 증세는 어느 선을 지나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었다. 완벽하게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자, 하자, 하자.
스스로에게 매일 주문을 외우니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극복이 되었다. 해야 될 일이 100이라도 나는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1만 바라보자.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다, 계속 되뇌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내게 도움이 된 책이 바로 이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미움받을 용기>였다. 베스트셀러는 절대 읽지도, 사지도 않는 나에게 우연히 도착한 그 책은 당시의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내가 느끼는 모든 불안이 그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내 욕망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좋은 사람 컴플렉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욕 먹을 수 있다. 미움받을 수 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두려움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그때 회사 선배의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도 없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필요도 없다,는 말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공을 상대방에게 넘긴다.
어느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모두와 잘 지낸다면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다.
그 책의 내용이 이런 내용이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이렇게 읽고, 마음을 비웠다. 내려놓으니 불안도 덜해졌다. 일도, 생활도 더 편해졌다.
한 시절을 건너 다시 그 책을 들춰보니 이런 페이지가 접혀있다.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나는 타인의 기대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산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살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나의 인생을 살아준단 말인가? 고로 인정받기를 원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 하는 관점에서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시킨다. 타인의 과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내 과제. 하지만 나를 싫어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이다.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변할 수 있는 것에 용기를 낸다.
다시 읽어봐도 다소 뻔하지만 ‘내려놓기’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
그나저나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참 안쓰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