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존재한다는 것
전 세계에 있는 서점에 관한 많은 글들을 읽고 있지만, 최근 내가 제일 가보고 싶었던 서점은 다름 아닌 이곳이었다. 황보름 작가의 휴남동 서점.
빠져 읽다 보니 모든 캐릭터들에 조금씩 마음을 나눠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사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조금씩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공간, 휴남동 서점. 실재한다면 당장 가봤을 텐데.
읽고, 쓰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가볍지 않은 성찰.
브런치 전자책 프로젝트 수상작.
그녀는 더 이상 의지나 열정 같은 말에서 의미를 찾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기대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반복 사용하던 이런 말들이 아니라, 몸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이곳, 이 서점이, 영주에겐 그런 공간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마치 활자에 온몸을 기대듯 읽는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고 초점 없는 눈으로 생각에 잠긴다.
민준은 영화를 한 편 보면 그 영화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영화를 음미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했다. 목적 없이 한 대상에 이토록 긴 시간을 내어준 적이 전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 보라고요.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요.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 지 결정하지 말라고요. 맞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거예요. 뭐, 대단한 걸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거리를 좀 둬 보려고요. 당분간은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조용히 탁월한 사람들 있잖아요. 세상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은 알아주는 그런 탁월함. 그런 탁월함으로 잘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평생 그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하루아침에 스위스를 떠나는 거예요. 도착한 포르투갈에서 그는 뭘 찾을 수 있었을까. 그는 그곳에서 행복할까.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진다고 하잖아요.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요.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강해져요. 바로 이 강해지는 면과 성공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강해질 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 보이는 거죠.
조금 더 인간다워지는 거요?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타인에 공감하게 되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절로 성공을 향해 무한 질주하게끔 설계된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좋아질 거라고 전 생각해요.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마음에닿은문장들 #문장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