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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Apr 13. 2022

四. 조금 더 수월한 암기법

ft. 완벽한 공부법_모든 공부의 최고 지침서

12년 만에 공부를 새로 시작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전에 한 번 쓱 훑어본 <완벽한 공부법>을 정독했다. 믿음으로 시작해서 암기, 창의성, 환경, 일까지… 14 파트, 총 516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공부에 관한 각종 연구와 참고 문헌을 곁들여 그야말로 공부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해 놓았다.


처음 책을 봤을 때 놀랐던 점은 두 가지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엄청 쉽게 까먹는다는 것. ‘기억 연구의 대가인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학습 후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70%,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한다’고 했다. 이런. 이럴 거면 공부는 뭐 하러 하나… 싶을 정도의 수치다. 어쨌거나 망각의 비율을 줄이고 기억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제일 많이 애용하는 공부법 중 하나인 ‘강의 듣기’와 ‘반복 읽기’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에릭 마주르 하버드대 교수는 강의를 들을 때의 뇌 활동은 TV를 시청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자고 있을 때보다 활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간 학원에서 날린 내 청춘의 시간들 돌리도’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긴 학원에서 선생님 말씀을 듣는 척하면서 멍 때리고 낮잠 자고 낙서하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응당 맞는 이론이다. 이는 단순 반복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연속해서 반복 읽기를 하다 보면 교재 내용을 완전히 소화했다는 착각’이 들지만 이는 진정한 착각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행하고 있는 두 가지의 소극적인 방법이 암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 폭의 그림 같은 글자들이 있었는데 운동하다(锻炼), 승패(输赢), 의지하다(靠), 슬프다(寂寞), 춤추다(跳舞) 등등이 그것이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당시에는 외우고 돌아서면 완벽하게 까먹었다. 복잡한 한자의 세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암기의 기술이 절실했다. 저자는 여러 번 강조한다. ‘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고, 기억이 작동하는 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사실 어느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 언어의 기본은 암기 아닌가. (사실 모든 학문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암기를 부정적으로, 혹은 조금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가당치도 않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어쩌면 ‘제대로 된 전략으로 암기해 본 적이 없어서 암기를 통한 성취를 이룬 적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암기에 대한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기억 파트 말미에 두 달 동안 영어 단어 8천 개를 외운 지훈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 정도면 암기에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많은 연구가 한결같이 지지하는 최상의 기억 전략은 ‘시험 효과(testing effect)’다. 말 그대로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이다. 2006년 워싱턴에서 진행된 기억 실험에 따르면 과학과 관련된 짧은 에세이를 반복적으로 읽은 그룹과 한 번 읽고 바로 시험을 본 그룹을 비교해 봤을 때 5분 후의 결과는 반복적으로 읽은 그룹이 조금 더 좋았지만 1주일이 지난 후에 상황은 역전됐다. 시험을 본 그룹의 성적이 20% 더 높아진 것이다. 한 번의 큰 시험보다는 잦은 시험이 더욱 효과적이다.


중국어를 외울 때 시험 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혼자서 공부할 때도 타이머로 시간을 지정해 두고 타이머가 울리면 지체 없이 쪽지시험을 본다. 혼자만의 시험이지만 나름 긴장을 하게 되니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학교 시험 시작 10분 전에 얼마나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지 상상해 보자! 몇 번만 경험해 보면 그냥 외우는 것과 시험을 보면서 외우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틀렸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틀리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로 배운 내용을 암송, 요약, 토론, 발표 등 다양한 형태의 내 언어로 끄집어 내 보는 ‘인출 효과’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선생님 놀이’다. 누군가에게 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대강 이해하고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도는 없다. 그러니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속도에 깊이를 가미해야 한다. 책상 근처에 화이트보드를 둔다.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앞에 학생이 있는 것처럼 보드에 설명하면서 주절주절 떠들어 본다. 문법을 정리할 때 자주 활용했다. 이 방법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만큼 꽤 효과적이다. 고된 작업을 할 때 뇌는 해부학적으로 변하고 장기 기억이 형성된다. 내 언어로 변환해서 내뱉어 봤느냐, 아니냐, 즉 인출 경험 유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써보고,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나는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바이두에서 관련 이미지를 검색해봤다. 이미지를 한 열 개쯤 보고 컴퓨터에 저장해 두면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괴이한 이미지일수록 효과는 높다. 


한자 쓰기는 중국어의 기본이 아닐까 한다. 중국어 말하기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려하게 구사하면서도 ‘对不起’같은 쉬운 단어들도 쓰지 못해 레벨 1부터 다시 시작하는 외국 친구들을 자주 봤다. 그들이 놓친 것이 쓰기였다. 


'조직화 방법'은 비슷한 속성끼리 분류화하거나 상위, 하위 개념 식으로 위계를 세우면 기억이 더 잘 된다는 이론으로 기억력 상승에 3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는 단어를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외웠다. 


갖가지 방법에도 절대 외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도록 칠판이나 포스트잇에 써서 집 안 여기저기에 붙여 둔다. 잦은 노출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분산 연습 효과와 교차 효과가 있다. '분산 연습 효과'란 동일한 시간을 공부한다고 봤을 때 몰아치기 보다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이론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하루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공부할 때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교차 효과’는 두 가지 이상의 과목을 번갈아 학습하면 장기 기억에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과정에서 뇌의 신경 섬유 연결이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하루에 한 과목씩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중국어 하나만 파고 있지만 문법, 단어, 회화, 듣기 등을 교차로 공부하는 방식으로 적용해 보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복습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늘 벼락치기로만 일관해온 나는 벼락치기로 습득된 지식이 얼마나 빨리 소멸되는지 몸소 체험했다. 예를 들어 한자 과목의 경우, 중학교 때 나는 늘 100점을 맞았었는데, 중국에 오기 전 나는 ‘동서남북’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꾸준한 복습으로 ‘그냥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열심히 보내야 한다. 


잘 포장된 도로로 가면 장기기억이라는 목표에 도착할 수가 없다. 진흙탕길이나 자갈길로 갈 때 장기기억에 도착할 수 있다. 잊지 말자, 어렵게 공부하면 잊기가 어렵다. 


완벽한 공부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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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갑자기 내게는 ‘외계’와도 같은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떨어진 이후 언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나는 가끔 아주 건방지거나, 아주 공손한, 그리고 자주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평생 이불 킥할 만한 에피소드를 모으는 이방인, 어쨌거나 나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들여다보고 적응해 온 일상의 기록들. 


서점과 맥주, 마라(麻辣)를 사랑하는 도시 산책가. 매일 조금씩 걷고, 매일 조금씩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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