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오늘의 회화와 오디오 클립
매일 좋은 문장들을 외우는 것만큼 빠른 언어 습득 방법은 없다. 언어 전문가들인 통역사들도 모두 인증한 방법이다. <통역사들은 어떻게 언어의 달인들이 되었을까>의 저자인 16명의 통역사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이 있다면 단연코 암기, 책 혹은 문단을 통째로 외우기. 단어만 따로 떼서 외우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는 앞에서 언급한 춘과 나의 격정의 단어 시험 사례로 충분히 간파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맥락을 통한 언어 습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중국어를 처음 시작했던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단어를 따로 암기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을 외우고, 그 문장이 나온 덩어리 대화를 외우고, 가능하다면 단락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하루에 일상 분량 이상의 외국어를 외우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정 주제의 글부터 회화체 교재 내용까지 매일 반복해서 암기하는 것이 생각 이상의 많은 도움이 된다. 외국어도 암기 과목이다. (고성애)
단어는 살아있다. 그리고 단어는 ‘맥락’이라는 바다에서만 산다.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뭍에 이르는 순간 그 단어는 죽어버린, 알파벳의 나열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어휘집을 버리고 동화책을 보라. 쉬운 어린이 소설을 찾아보라. 쉬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를 구하라. 처음 접하는 단어를 해당 맥락을 통해 이해하고 영영 사전을 찾아가며 정리하라. 정리한 것은 매일 다시 읽어보면서 단어가 쓰였던 상황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매일 영어로 말하고 일기를 쓰면서 그렇게 익힌 단어들이 고스란히 내 안에 녹아 마치 원래 내 말이었던 것처럼 만들라. 이는 익숙해지기만 하면 차곡차곡 쌓여 1년, 2년, 5년, 10년 뒤에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한형민)
일단 교과서 본문을 닥치는 대로 외우기 시작했다. 교과서는 대부분 문법을 가르치기 위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 나온 문장들을 그대로 외우면 문법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암기’만한 공부법은 없다. 필자는 암기가 가장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툭 치면 나올 때까지 외우다 보면 나중에는 표현이 내 것이 된다. (정은원)
통역사들은 어떻게 언어의 달인들이 되었을까 중
예전에 누군가의 언어 학습 비법이 ‘매일 하루에 한 문장씩 외우기’였다. 어라? 그건 너무 간단한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한 문장씩 외우고, 어제 외운 문장을 복습한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일 년에 350개가 넘는 좋은 문장들이 내 안에 남는다. 매일 10개의 문장을 외울 수 있다면? 3500개가 넘는 문장이 내 안에 쌓인다. 당장 중국인과 대화하더라도 전혀 두려울 것이 없을 만큼의 데이터다.
그렇다면 어떤 문장들을 외워야 할까? 실질적인 소통을 위해서라면 역시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로, 일상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회화가 좋다. 나는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 매일 업데이트되는 ‘오늘의 회화’를 선택했다. 네 문장 정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어 외우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고 소재도 다양해서 새로운 단어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학교 교재에는 다루지 않는 최신 단어들도 많이 등장해서 학교 수업과 균형을 맞추기에도 좋았다. 다크서클(黑眼圈), 셀카봉(自拍杆), 핫팩(暖贴), 드라마 정주행(刷剧)같은 단어들도 모두 오늘의 중국어 회화에서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이다. 대화를 유도하는 기술을 발휘해 아이 하굣길에 중국인 이모님께 오늘 외운 문장들을 써먹어본다. “오늘 제 다크서클 심하죠?” 이런 식이다.
네이버 중국어 회화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오디오 클립’ 서비스와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짬짬이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모여 있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서비스에 오늘의 회화도 매일 업데이트된다. 심지어 그냥 코스와 강화 코스 두 개 중 선택할 수 있다. 강화 코스는 회화 한 세트를 열 번 정도 반복할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러니 나의 학습 패턴은 네이버 사전에 들어가서 오늘의 회화의 네댓 개 문장을 외운 후 설거지, 청소기 타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오디오 클립을 듣는 것. 반복 학습으로 문장 암기 및 복습에 찰떡이다. 강화 코스를 계속 듣다 보면 살짝 질린다. 그래 그래 나 외울 테니 제발 그만해 정도의 느낌이랄까.
웬만큼 외워졌고 여유가 있다면 내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들어본다. 얼마나 나의 발음과 성조가 엉망인지 파악이 되고, 간단한 문장도 유려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일 이 과정을 지겹게 반복하다 보면 기본적인 문장 패턴이 내 몸에 박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어 학습에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비법은 자투리 시간 활용이다. 언어라는 게 공부라기보다는 습득에 가깝다 보니 책상에 앉아서 마음먹고 하는 것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지속적이고 짬짬이 노출하고 중얼거려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집안일할 때, 샤워할 때, 화장할 때, 아이 데리러 갈 때 그 틈새 시간을 노린다. 특히 설거지와 빨래 관련 자잘한 집안일 하는 시간에는 꼭 그날의 문장을 외우거나 오디오 클립을 듣는 것을 나만의 루틴으로 만들었다. 드라마 스크립트로 넘어가면서부터는 핵심 스크립트를 휴대폰 메모장에 따로 복사해서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시간을 활용해서 반복해서 봤다.
정말 안 외워지는 단어들은 포스트잇에 써서 주방이나 거실에 붙여 놓자. 노출이 늘어날수록 장기 기억에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문장을 완벽하게 외웠다고 당장 회화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앞에 서면 여전히 긴장감으로 백지상태라 버벅 대기 일쑤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인들의 다양하고 현란한 발음들이 잘 들리지 않아서 조바심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차분하게 내 안에 문장들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지속해보자. 어느샌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고 간단한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니.
그때마다 느낄 수 있는 희열. 그 희열의 노예가 되어 보는 거다.
자 다들 오늘부터 한 문장씩 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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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갑자기 내게는 ‘외계’와도 같은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떨어진 이후 언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나는 가끔 아주 건방지거나, 아주 공손한, 그리고 자주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평생 이불 킥할 만한 에피소드를 모으는 이방인, 어쨌거나 나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들여다보고 적응해 온 일상의 기록들.
서점과 맥주, 후통을 사랑하는 도시 산책가. 매일 조금씩 걷고, 매일 조금씩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