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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n 07. 2022

착한 딸 말고 너답게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후스

오래전 효자들은 큰 성공을 하기가 어렵다는 글을 읽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자신의 미래나 호오(好惡), 가치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많이 고려하며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좋은 기회가 왔을 때나 현재의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도전을 택해야 할 때나 인생의 무수한 선택에서 심성이 고운 효자들은 온전히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나 열망에 따르기보다는 부모님의 건강이나 가족의 의견을 더 고려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의미 있는 성공은 실패에서 나오고, 실패는 자유에서 나온다. 자유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떨쳐야 짙어진다. 


편지 말미에 '착한 심이가 될게요'라고 쓴 딸아이를 불러서 절대 절대 착한 딸이 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엄마, 아빠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라고, 그저 네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 그래서 네가 온전히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며 행복한 것이라고. 착한 딸이 되겠다는데 정색해서 만류하는 엄마를 보고 심이는 조금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리니 내 말은 아이의 오른쪽 귀로 들어가 바로 왼쪽 귀로 흘러나올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자주 딸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그때마다 일찍이 '가장 위대한 중국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후스 선생이 1919년에 쓴 이 시를 같이 읽어줘야 할 것 같다.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정말 아들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스스로 왔다. 

후손을 남기지 않겠다는 간판은 

이제 내걸 수 없게 되었다. 

나무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우연히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가 너이고 

그 나무는 바로 나다. 

나무가 본래부터 열매 맺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너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다. 

그러나 네가 이왕 태어났으니 나는 너를 먹이고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람의 도리로서의 의무일 뿐

너에게 은혜 베푼 것이 아니다. 

훗날 네가 장성했을 때 내가 어떻게 아들을 가르쳤는지 잊지 마라. 

나는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사람의 도리일 뿐 너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다. 

그저 너라는 세상을 만나서 함께 걸어가는 것일 뿐. 

꼭 후스 선생님의 이 말을 명심하렴.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절대 절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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