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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Nov 22. 2022

붕어빵

나를 지켜줄 물음

놀이터에서 네 시간째 놀고 있는 심이와 친구들을 위해 따끈한 붕어빵을 샀다. 붕어빵이 식을까 봐 빠르게 집까지 총총 걸었다. 신나게 놀고 있던 아이들이 간식 소식에 하나둘씩 모였다. 붕어빵을 사이에 두고 '앗, 뜨거워'라는 탄성, 배고팠는데 감사하다는 정겨운 인사가 지나간다.


맛있게 먹어, 하고 집으로 천천히 걸어오는데 멀리서 심이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가슴이 철렁해서 돌아보는데 아이가


엄마, 엄마도 붕어빵 먹었어?라고 큰 소리로 묻는다.


두 손을 머리 위로 크게 올려서 동그라미를 만들어 주었다. 내 동그라미를 보고 아이가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날리곤 친구들 무리로 급하게 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뭉클한 오케이.


뜨근한 붕어빵을 건네고 더 따뜻한 마음을 돌려받는다. 극심한 신남과 허기를 뒤로하고 알맞게 삐져나오는 아이의 투명하고 섬세한 마음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건 영원한 짝사랑이라는데 아니잖아. 이렇게 귀여운 사랑이 내 쪽으로 졸졸졸 흐른다. 아이가 전해주는 크고 작은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욱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함이 가끔 이상하도록 시리게 뭉클하다.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은! 싶지만 내게 허락된 모든 호들갑을 아이에게 쓸 수 있는 엄마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인생의 슬픔이 내게 달려올 때 나를 지켜주는 건 이런 사소한 장면들과 물음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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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친구 같은 남편 춘, 친구 같은 딸 심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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