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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나를 위로하는 문장들

끝없는 시소 위에서

by 심루이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세상의 많은 것들, 그리고 스스로의 불안으로부터 자주 위협받았다. 읽고 쓸 수 있다는 기쁨과 이런 잡글 따위 써서 뭣에 쓰나… 하는 자괴감 속에서 끝도 없이 시소를 타고 있는 나를 위로해 준 문장들.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그것을 믿는 사람은 모두 이미 작가다’라는 정지우 작가의 문장.


왜 진작 글 쓰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박완서 선생님의 위로.

-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김신지 작가의 친구가 해줬다는 말.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든 작가가 될 수 있다.


독보적으로 웃기고 독보적으로 멸망을 사랑하는 SF 작가 심너울의 소신. 박완서 작가는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작가이고, 자신은 세 시간 만에 한 번 나오는 작가이지만 박완서 작가는 절대 심너울의 글을 쓰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 천재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반복하고 있다니.


-열심히 노력했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글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사람이 이긴다. 꾸준히 쓰는 사람은 결국 잘 쓰게 된다.


김유진, <나를 가장 나답게>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앤 라모트와 매력적인 작가 이슬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매일 한다니.


-세상에 글을 쓰는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매일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직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것에 더욱 놀란다.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냉철하고도 잔인한 제안.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쓰는 것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원고가 서랍 안에 쌓이고 우리가 다른 것들을 쓰다 그 쌓인 원고들을 잊어버리게 될 때조차.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기쁨 쪽으로 넘어갈 기미 없이 자괴감 쪽으로 시소가 많이 기울 때, 이 문장들에 온몸을 기대본다. 그렇게 온 힘을 짜내서 다른 무엇이 아닌 나를 위해 내 삶 정 중앙에 글의 자리를 비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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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친구 같은 남편 춘, 친구 같은 딸 심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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