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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Nov 29. 2022

30년 뒤의 나를 만나면

할까 말까의 세계에서 하는 용기 

30년 후에 내가 타임머신 타고

30년 전의 지금 내게 오면

무슨 말을 물어야 좋을까

아직 잘 지내나요

어디 아픈 데는 없나요


30년 후에 내가 타임머신 타고

30년 전의 지금 나를 본다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을까

다시 시작하라고

아직 조금도 늦지 않았다고


새롭게 다시 피어나

빨간 꽃잎 날릴 수 있어

파랗게 빛나는 지구여

나에게 숨 쉬는 이유가 돼줘


새롭게 다시 깨어나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어

하얗게 많은 날들이

운명처럼 널 기다리고 있어

다시 날아보는 거야


앤드류 추천으로 가수 이승환의 <30년>을 들으니 70살의 내가 눈앞으로 왔다. 70살의 나와 마주 앉아 상상 대화를 나눠보니 승환님의 가사가 매우 일리가 있었다. '30년 전의 지금 나를 본다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을까/다시 시작하라고/아직 조금도 늦지 않았다고'.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마크 트웨인이 대신해 줬다. 


-앞으로 20년 뒤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배를 묶은 밧줄을 풀어라. 안전한 부두를 떠나 항해하라. 무역풍을 타라.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삶에는 정답이 없지만, 마크 트웨인의 통찰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결정 장애인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세계는 '할까 말까'의 세계였다. 나를 줄곧 괴롭힌 이 세계에서 서른 이후 나는 대부분 '말까'쪽에 서려고 했다. 재미는 덜하지만, 책임도, 후회도, 부담도 덜한 세계.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있는 안정적인 세계. 이방인으로 도시를 산책하며 앨러스테어 험프리스가 <모험은 문밖에 있다>에서 언급한 신조어 ‘마이크로 어드벤처(Micro Adverture)’를 생각했다. 짧게, 쉽게,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속 모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작고 소소하게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은 시간과 돈이 아니라 당장 문밖에 나설 용기와 도전 정신이었다. 그렇게 어느 날 나도 마이크로 어드벤처 정신으로 무장한 채 '할까의 세계'로 걸어갔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하고, 그냥 먹고, 그냥 갔다. 그 세계는 기대보다 더 큰 것을 줬다. 해서 하는 후회는 없었다. 실패 또한 어떤 식으로든 항상 성공이었다.  


프랑스 작가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찍어낸 마르크 레비는 2010년 단 이틀의 일정으로 서울을 찾는다. 고작 이틀 있으려고 열 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타고 왔냐는 지인들의 물음에 그는 답한다. "이틀이라도 머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런 생각으로 기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 스케줄을 보고 '고작 이틀이야? 가지 말아야지'라는 식으로 순간을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법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무리'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고 낯선 경험을 즐겼다. 마음껏 매료되고, 마음껏 감탄한다.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마르크 레비처럼 나도 펼쳐질 삶에 대한 강한 욕망과 호기심을 오래 잃지 않기를 꿈꾼다. 이미 '할까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앞으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노래 <30년>의 가사처럼 '운명처럼 날 기다리고 있는 하얗게 많은 날들'에 그 누구라도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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