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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May 20. 2024

슬기로운 병실생활

즐거운 복도 산책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난 병실 생활. 새벽 검사를 마치고 뒤늦은 아침을 먹고 있으면 환자에게 간호사가 묻는다.


"오늘 대변 보셨어요? 소변은요? 양은 얼마나요?"


어느 환자는 쾌변을 했고 어느 환자는 아니다. 이런 정보들이 공유되며 병실은 늠름하게 존재한다. 이름은 모르지만 장과 방광의 활동성은 알고 있는 사이. 아주 각별한 사이. 


어제 오후부터는 옆자리 환자 침대 아래 매달린 소변백이 우리 공간을 침범했다. 일주일 병실 생활로 내 비위는 한층 강화되었지만 모르는 이의 소변 흐름과 함께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니 조금 암담해졌다. 저렇게 노란색이구나. 밥을 먹을 때마다 자꾸 눈길이 갔다. 소변백은 채워지고, 투명하게 비워지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시간은 갔다.


엄마 눈 안의 거미줄과 실명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다. 세 가지 바이러스 검사에서 두 개는 음성이 떴고, 대상포진 바이러스 결과를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다. 혈액 검사에서 다른 세균 항체가 발견되어 추가 검사도 진행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수월해질 텐데 묘원 해지니 기운이 빠졌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일 두려운 감정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무기력일지도 모른다. 매일 새벽 안센터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링거를 맞으며 안약을 넣는 루틴이 이어졌다. 


3-4일이면 퇴원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했던 입원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면서 병실 내 환자들은 자주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변하고 우리만 그대로인 상태. 대부분 수술이 필요한 환자였던 같은 병실 환우들은 수술을 마치고 며칠이면 퇴원했다. 옆 어르신은 퇴원하며 첫날의 어마 무시했던 잠꼬대에 관해 사과하셨다. 아내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어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며. 명랑한 톤의 사과가 수술 결과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루 종일 치료와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는 데다 추가된 스테로이드제의 영향으로 수면 시간이 더 줄어든 엄마 기분은 영국의 겨울 날씨 같았다. 그래도 저녁을 함께 먹을 때만큼은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미래는 암흑 같았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는 과거로 향했다.


입원 6일째,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엄마와 처음으로 병실 앞을 걷는다. 입원 7일째, 병실 복도와 휴게실까지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에 성공했다. 야호! 이후 저녁을 먹고 15분쯤 병실 복도를 걷는 일은 루틴이 되었다. 엄마가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침대에 누워만 계실 때 얼마나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하고 싶었었는지. 자꾸 내일, 내일이라고 미루는 엄마 곁에서 계속 뱅뱅 맴돌기만 했었지. 


하루하루 작은 성공들이 생긴다. 

이 시간이 생각날 것 같아서 한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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