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루이 Apr 16. 2018

중국 드라마 보며 중국어 공부하기

환락송/아적전반생

나의 중국어의 절반이 학교라면 절반은 드라마 보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나는 아주 꼬맹이 시절부터 드라마를 즐겨봤는데, 친구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던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생생히 생각나는 내 인생의 첫 드라마들은 <여자의 방>, <매혹>, <질투>, <파일럿> 등 92-93년대의 작품들인데 지금 보니 굉장히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었네. 
  
어쨌든. 
그런 내게 중국 드라마 보면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작년 봄, 샤오미 셋탑으로 이리저리 돌려보며 보고 싶은 드라마를 처음 찾기 시작했다. 
처음 몇 편은 뭐랄까, 우리나라 80년대 아침 드라마 같은 촌스러운 영상과 연기로 모두 탈락. 
15번째 정도 클릭해 본 드라마가 바로 환러송이었는데, 우선 영상미가 깔끔했고 20,30대 상해에 사는 각양각색 여성들의 이야기여서 나에게 딱이었다. 
  
오 괜찮은데-하며 시작한 #환러송(#欢乐颂). 
그러나 곧 장애에 부딪혔다. 재미있어 보였으나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는 것. (지금도 잘 안 들리는데 작년 봄이면 오죽했을까나) 
주인공이 거의 20대 여성이니 말하는 건 어찌나 빠른지. 그때 당시 학교 선생님 말씀이 조금씩 들려서, 와 이제 나 좀 들리네~했던 나의 생각을 산산이 깨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바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계속 봤다. 
눈으로 연기를 볼 수 있으니 내용 파악이 아예 안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해가 턱없이 부족해서, 궁금한 부분은 잠시 멈추고 사전을 일일이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방법을 바꾸었다. 관심 없는 부분은 그냥 쭉 보고 대강의 내용만 파악하고, 엄청 궁금한 부분들만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보면서 번역하며 보았다. 휴대폰으로 네이버 사전을 계속 검색해서 중요한 단어들은 노트에 적었는데, 이것만으로 새로운 단어들을 꽤 많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어질 무렵, (환러송은 시즌 1,2로 구성되어 있고 시즌별 42/55회로 무려 합이 97회) 
굉장히 좋은 콘텐츠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네이버 TV>에 자막과 함께 올라와 있었던 환러송 영상 클립이었다. 각 회마다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만든 3분가량의 클립이었는데,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이해도를 확 올릴 수 있었다. 
http://tv.naver.com/hrsong2
  
그리고 검색을 하다가 엄청난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환러송 장면을 일일이 캡처해서 내용을 설명해주는 피카츄님의 <미친 고양이의 세계여행>이라는 블로그였다.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을 것만 같은 풍성한 내용에 ‘중알못’인 나에게는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속도를 내서 보고 싶은데 포스팅이 늦어지면 애타게 기다리고, 올라오면 탄성을 질렀다고나 할까. 이 자리를 빌려서 무한 감사. 
미친 고양이의 세계여행 | 피카츄
 https://m.blog.naver.com/kinkis
  
어쨌든 두 개의 콘텐츠 발견으로 드라마 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지난 한해 환러송 97회를 끝냈을 때의 기분은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기분. 
환러송을 보는 동안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하하
  
어떤 선생님은 안 들리는 드라마를 무작정 보는 것은 중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들리지 않는 것을 계속 듣는 것은 소음에 불과하니까. 

但是!!
나처럼 적당히 공부하면서, 적당히 즐기면서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젊은 중국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큰 수확이었고, 학교에서 배운 단어들이 진짜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었다. 때마침 그날 배운 단어를 주인공이 쓸 때면 어찌나 기쁜지!!! 
  
올해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총 42회로 이루어진 요 드라마는 
돈 잘 버는 남편 만나서 아들 하나 키우며 쇼핑만 즐길 줄 알았던 서른 중반의 여자 주인공이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 이후 커리어 우먼으로 거듭나며 친구의 오랜 연인과 사랑에 빠지는 아주 막장 같은 내용이지만 
보는 재미 쏠쏠. 

남편의 경우도 불장난 같은 불륜이 아니라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에게서 느끼는 진짜 사랑이어서, 심지어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도 진실된 캐릭터로 느껴질 정도. 
(이혼한 뒤 당당하게 변해가는 전 부인을 보며 다시 매력을 느끼는 남편을 보는 것이 매우 통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중국 배우 #근동 이 평소에는 무관심하고, 힘든 순간에 짠하고 도와주는 
'츤데레' 그 자체인 캐릭터로 나오는 데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커리어 우먼으로 거듭나는 주인공의 모습이 꽤 멋지다. 
주인공의 커리어 우먼룩이 꽤나 멋져서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옷 입고 다시 출근하고 싶다,라고 생각함 ㅋㅋ 
  
언젠가 이런 드라마를 사전 없이, 자막 없이 물 흐르듯 볼 수 있을까? 
  
#샤오미셋탑 에도 있고, 중국의 유튜브인 <#youku>에서 전편을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추천! 
(물론 가끔 100초의 광고를 견뎌야 합니다만,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응당!)


참 유용한 샤오미 셋탑
아적전반생의 남녀 주인공

  
  

작가의 이전글 화장실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