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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여행의 준비물

추천이 제일 어려워

by 심루이

블로그에 도시나 여행 일정을 추천해달라는 댓글이 종종 달리는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객관적인 정보 외에 어떤 분위기의 장소였는지 대략적으로 설명드릴 수 있을 뿐이다. 달랑 세 명인 우리 가족도 제일 좋았던 도시와 공간이 같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좋은 이유도 천차만별. 조용해서, 시끄러워서, 맛있어서, 아름다워서, 친절해서 등의 광범위하고도 단순한 이유도 있고 그 식당의 그 메뉴 때문에, 길에서 만난 학생 덕분에, 골목에서 만난 일몰이 잊히지 않기 때문에, 인형 뽑기 첫 성공 등 개인적이고 찰나적인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런 질문 앞에서는 '제가 감히 어찌 추천을' 싶은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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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은 어느 도시가 혹은 어느 스팟이 제일 좋았을지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은 궤를 조금 달리하는데 여행 계획에 참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경험한 장소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땠을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 가깝다. 여행 전보다 여행 후에 후기와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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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산다. 일상에서는 조금 묽어졌던 내 취향이 극대화되는 시간,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또렷하게 감각할 수 있는 행위가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내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된 것 같다가 결국은 오롯한 나로 돌아오는 이야기. 아,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싶은 순간이 모이는 경험. 그러니 여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여행 경비도, 계획도, 가이드도, 영양제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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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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