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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다시, 치앙마이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은 여행지

by 심루이

휴양지에 가면 노는 게 도리라서 좋다. 이 세상엔 노는 사람밖에 안 사는 것 같은 착각이 생겨서 좋다. 해먹에 누워 책을 보다 잠이 드는 노인과 해변을 뛰어다니며 부메랑을 물어 다주며 함께 노는 개들과 모래성을 공들여 쌓는 아이들과 웃통을 벗고 선탠을 하는 젊은이와 바닷속에 함께 뛰어드는 아버지와 딸이, 이 세상의 전부라는 착각이 생겨서 휴양지가 좋다. 온몸은 새까매지고 마음은 새하얘져서 좋다. 늠름해지고 어리석어져서 좋다.


김소연, <그 좋았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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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여행지가 있지. 우유니 사막이나 마추픽추는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어울리는 곳. 짧게 겪은 치앙마이지만 그곳은 '별생각 없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여행지' 부문에 무척 경쟁력이 있다. 여행 시작부터 다시 돌아오고 싶어졌거든.


'안 가본 곳을 다양하게 가고 싶다'였던 성향이 조금쯤은 '갔던 곳을 여러 번 가고 싶다'로 변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첫 치앙마이라 꽤 분주했다. 그럼에도 못 가 본 곳, 못 먹어본 것이 너무 많아서 귀국하자마자 벌써 다음 치앙마이 여행의 5박 6일 일정이 채워졌을 정도다.

다시 간다면 님만해민 골목을 더 둘러보고 어묵 국수도 꼭 먹어야지. 아침에는 치앙마이 대학교와 앙깨우 호수 산책도 하고 Buak Hard 공원에서 요가 클래스도 해보고 싶다. 쌈티탐 쪽에서 하루 정도는 지내고 옥수수 솜땀과 태국 고추를 더 많이 먹어야지. 북 스미스 서점과 치앙마이 대학교 쪽 랑머 야시장도 탐험해야지.


무엇보다 돌아다니며 발굴한 로컬 가게들로만 1일 5식해도 일정이 꽉 찰 것 같다.


이러다가 또 '사바이 사바이' 못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잠시의 머묾으로 느낀 것.


희한하게 치앙마이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여도 마음이 편안하다. 치앙마이의 공기는 분주한 내 마음까지 느긋하게 품어주는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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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삶을 별책부록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가진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안 가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겨울에 푸르른 여름을 선물했으니,

마음속에 아기 코끼리 한 마리씩 키우기로 했으니,

아주 충분한 여행의 마무리


올해의 남은 시간도 취미이자 특기는 작심삼일 정도로

매일은 열심히, 전체적으로는 대강대강 따뜻하고 기쁘게 지내볼 작정


지지고 볶으며 버거워도 어차피 우리 사이에 남는 건 사랑입니다.


결론을 알고 다시 시작해 보아요.


치앙마이 5박 6일 완벽했던 일정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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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여행코스 (68).jpg 어차피, 사랑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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