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사람들 왜 이렇게 부지런한가요?
언젠가부터 여행의 핵심이 아침 산책이 되었다. 아침잠이 많아서 호텔 조식도 신청하지 않던 과거의 나는 안녕. 여행지에서는 7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진다.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의 고요를 만끽하며 걷는 기쁨을 빨리 느끼고 싶어서. 직접 걷지 않으면 새로운 도시와 재빨리 친해질 수 없는 법이니 열심히 걷는다. 아직 꿀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까치발을 하고 호텔 방문을 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착한 터라 새벽의 컷들이 싱가포르의 첫인상이 된다. 신호등이 없는 짧은 횡단보도에서 양보해 주는 버스 기사님을 연달아 만났다. 도시에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이처럼 찰나적이다.
첫 번째 아침 산책의 목적지는 도심 복판에 있는 포트캐닝 공원(Fort Canning Park)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요새로 사용되기도 한 이곳은 싱가포르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간으로 1936년에 지어진 군사 지휘소인 배틀박스와 싱가포르 역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래플스경이 살았던 래플스하우스가 있다.
또한 싱가포르 최고 포토스팟으로 꼽히는 트리터널이 있는 곳. 트리터널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인데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새삼 사람들의 한없는 부지런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일요일 오전의 포트캐닝 공원에는 주말을 즐기려는 현지인이 가득했는데 싱가포르답게 다국적 가족으로 이루어진 모임이 많았다.
한 아빠는 야무지게 헬멧을 쓰고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뒤에서 잡아주고 있었다. 중간쯤 아빠가 자전거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아이는 혼자 페달을 밟았다. 우리는 모두 숨죽이며 인생에서 딱 한 번뿐인 그 찰나를 지켜봤다. 아침과 햇살, 그리고 인생 첫 두발자전거 직관이라니.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경험이 주는 다양한 함의를 생각하며 낯선 타인과 마주 보며 웃었다.
포트캐닝 공원에 갔다면 티옹바루 베이커리(Tiong Bahru Bakery)도 꼭 들리자.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는 프렌치 스타일 카페, 티옹바루 베이커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프랑스 장인 제빵사 곤트란 셰리에가 2012년 설립했다. 프랑스 전통 제빵 기술에 싱가포르 풍미를 더한 퓨전 베이커리로 크로아상이 인기다. 여러 곳에 지점이 있지만 포트캐닝 공원 지점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공원과 푸릇한 느낌의 카페가 잘 어울린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