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치우는 여자

by 심루이

오늘도 심이는 똥을 4번이나 쌌다.


소화가 잘 안 되는 건지, 장 활동이 활발한 건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똥을 자주 싸는 심이는 적으면 2번 많으면 4번 정도의 똥을 하루에 싸고 있다. 처음에는 그 작은 몸뚱이에서 똥을 어떻게 만드는 건지 황금색 똥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만큼 한없이 감격적이고 아름다웠는데 이제는 조금 귀찮고 더럽고 그럴 때도 있다.


어쨌거나 응가를 자주 하는 딸을 키우다 보니 내 육아의 팔 할은 '똥 치우기'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이유식을 먹다가 갑자기 방귀를 붕붕 뀌더니 앞 식판을 잡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리며 똥을 싸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그래도 앉아서 싸는 것이 부대꼈는지 똥은 기저귀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뿜어져 나와 등을 도배했다. 몹쓸 지경에 이른 흰 옷을 보니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참으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양도 어찌나 대단한지 먹는 것 이상이다. 즐겁게 목욕을 하고 '오늘은 이제 끝이겠지'하는 마음으로 룰루랄라 우쿨렐레로 '작은 별'을 연주하고 있는데 즐거워하던 심이가 또 인상을 쓰는 거다. 살짝 맡아보니 지독한 냄새. 이번에도 뭐가 문제였던 건지 옷을 다 버렸다.


잽싸게 똥을 치우고 화장실로 뛰어가 물빨래를 하는데 갑자기 쪼그리고 앉아서 똥 묻은 바지를 빨고 있는 내가 너무 낯설었다. 작년까지의 나는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고, 가로수길을 유유히 걷고. 고데기도 가끔 하고, 잘록한 허리가 부각되는 하이웨스트 치마를 즐겨 입던 신여성이었던 거 같은데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갑자기 정신착란 증세가 오면서 멍해졌다.

육아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하루아침에, 별안간, 한 생명체의 똥을 완벽하게 책임져야 하는 게 육아고 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루아침'이 특히 중요하다. 어떤 연습도, 준비도 없이 닥쳐오는 거.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고 못할 거 같은데 하게 되는 거.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기저귀 가는 방법이나 아기 제대로 안는 법 같은 강의가 없다는 게 굉장히 의아했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의아스럽다. 물론 '아이 똥 제대로 치우기 강좌' 같은 게 있다면 더 웃기긴 하겠지만.

요새 심이는 가만히 있는 걸 견디지 못해 기저귀 가는 그새를 못 참고 자꾸 탈출하려고 해서 괴롭다. 특히 응가 기저귀는 시간이 필요한데 심이는 잠깐을 허락하지 않고 자꾸 훽훽 돌고 다리를 들어 올리고 그런다. 엄마를 닮아 이런 운동신경이 뛰어난 딸 같으니라고... 위로해 보지만 어제처럼 훽 돌다가 응가가 밖으로 탈출하거나 하면 위로가 잘 안되고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하게 될 뿐.

이 외에도 1년 전의 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아주 태연하게 내 일상에 출몰하고 있다. 더 신기한 건 정말 못할 것 같았던 내가 하고 있다는 거다. '똥이라니, 대변이라고 얘기해줄래?'라고 말함직하던 시를 즐겨 읽던 문학소녀였던 내가 이런 똥똥스러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역시 인생에 불가능이란 없다.

어쨌든, 아직 한창 꽃다울 나이에 내 하루가 똥으로 시작해서 똥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아이가 나를 보고 이렇게 예쁘게 웃어주니 행복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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