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순간

by 심루이

삶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현듯, 상실을 들이민다.

갑자기 지나가던 이에게 뺨을 맞은 것처럼, 얼얼하게.


그것이 남긴 흔적과 공허함을 견디고

함께 나눈 시간이 슬픔이 아닌 날까지 잘 살아가는 것은 오롯이 남은 자의 몫이다.


괜찮아질 거라는 어설픈 위로는 하지 않기로 한다.

세상에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괜찮아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그저 그것 또한 지나간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이 네게 서늘한 위로가 되기를.


크나큰 빈자리에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날들이 서러워 잠들지 못하는 밤들을 종종 마주하다 보면

이 계절도, 그다음 계절도 지나가겠지.


죽음 앞에서 삶을 생각하고, 사랑을 잃고 사랑을 생각하다.

상실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 하루 더 많이 살고, 사랑하는 것 밖에는 없다.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똥 치우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