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와 함께 즐기면 좋은 콘텐츠

해피해피브레드, 빙점 그리고 마스다미리

by 심루이

어떤 서사나 문장을 품고 바라보는 풍경을 사랑하는 여행가에게 완벽한 여행지, 홋카이도.


홋카이도의 풍경과 미식으로 들뜬 마음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준 콘텐츠가 있다. 이미 소개한 드라마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영화 <러브레터>, <윤희에게>외에 홋카이도 여행과 함께 즐기면 좋을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홋카이도가 낳은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들.


영화 해피해피브레드와 도야호(洞爺湖)

알고 계세요? 사람은 건배한 수만큼 행복해진다고. 유럽의 어느 나라에선가 그렇게들 말한다고 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건배하고, 뭔가 아쉬운 일이 있어도 건배하고, 하루를 끝내면서 누군가와 오늘도 건배로 마무리하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중


홋카이도 출신 인기 배우 오이즈미 요가 출연하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홋카이도 남서쪽의 아름다운 도야호수, 카페 마니(Mani)가 배경이다. 도쿄의 지친 삶을 뒤로하고 미즈시마와 리에는 이곳으로 내려와 카페를 차리고, 직접 구운 빵과 정성스러운 요리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저마다 사연과 상처를 안고 카페 마니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따뜻한 수프와 갓 구운 빵이 주는 온기로 치유와 힐링의 시간을 통과한다.


영화의 핵심은 '컴패니언(Companion)'의 어원인 '함께(Com) 빵(Pan)을 나누어 먹는 사람'이라는 뜻.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빵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도야호는 11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로 가장 뜨거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가장 차갑고 고요한 호수에서 비로소 안식을 찾는 아름다운 서사에 매우 어울리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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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아들'이라 불리는 오이즈미 요는 홋카이도 호쿠세이 가쿠엔 대학교 재학 시절 로컬 예능 <수요일 도코데쇼>에 출연하며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낮은 제작비로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컨셉의 이 방송에서 그는 특유의 입담과 헝클어진 파마머리, 투덜대는 캐릭터로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후 <해피 해피 브레드>, <아이 엠 어 히어로>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일본 국민 축제인 '홍백가합전' 사회자로 오래 활약했다. 삿포로 시내를 걷다 보면 그의 광고 포스터를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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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인간의 마음속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얼어붙은 '빙점'이 있다."


소설 <빙점> 중


홋카이도 출신 대표 작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미우라 아야코(三浦 綾子, 1922~1999). 일본 문학사에서 '인간의 원죄'를 가장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파고든 걸작인 소설 <빙점>의 작가이자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지키며 글을 쓴 '홋카이도의 딸'이다. 13년간 폐결핵과 결핵성 척추염으로 투병하며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는데 이 시기에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고, 인간의 본질적인 죄와 용서라는 주제를 평생의 테마로 삼았다. 1964년 아사히신문 현상 공모에 아사히카와를 배경으로 한 <빙점>이 당선되면서 일본 전역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원수의 자식을 키우게 된 가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 <빙점>. 소설 제목인 '빙점'은 인간의 이기심과 증오가 극에 달해 얼어붙는 지점을 뜻한다. 병원장 게이조의 아내 '나쓰에'가 외도하는 사이, 어린 딸 루리코가 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게이조는 아내의 부정에 분노하며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딸을 죽인 범인의 딸인 '요코'를 입양해 아내가 키우게 만든다. 요코는 사랑받으며 누구보다 밝고 바르게 자라지만, 어느 날 요코가 남편의 복수 도구였다는 진실을 알게 된 나쓰에는 요코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요코는 절망하며 자살을 시도하고, 이 사건을 통해 가족들은 진정한 용서와 인간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의식 불명이던 요코가 살아나는 것을 암시하며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설정만 보면 막장 드라마 뺨치는데 그걸 풀어나가는 것이 작가의 재능이다.


미우라 아야코에게 아사히카와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신과 인간, 그리고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드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아사히카와에 1998년 6월 13일 전국의 미우라 아야코 팬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이 있다. 소설 속 '견본림(미나무 가로수길)' 또한 문학관 근처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들러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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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마스다 미리

홋카이도와 큰 인연은 없지만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주로 30~40대 싱글 여성의 일상을 다룬다. 그야말로 다작의 여왕이라 이 정도 읽었으면 다 읽었겠지, 방심하면 큰일 난다. 도서관마다 조금씩 다른 그녀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계속 새로운 책을 만나곤 한다. 일본 출간 기준으로 100권이 넘는다니 정말이지 대단하다.


오사카에서 평범한 사무직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일러스트를 독학하며 조금씩 꿈을 키웠다. 20대 후반,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도쿄로 올라와 잡지 삽화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2006년, 서른 중반의 나이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만화를 발표하며 '수짱' 열풍을 일으킨다. 이후 <누구나의 일생>, <아무래도 싫은 사람>, <영원한 외출>, <미리의 세계 여행기>, <여자 혼자 여행하기>, <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 등 수많은 책에서 오늘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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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일상의 눈부신 지점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마스다 미리의 하루를 보고 있자면 나도 지금을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진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참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지금을 즐겁게 지내는 거야. (노후가 불안해 적금을 붓고 참으며 사는 수짱이, 결국 중요한 건 '지금의 행복'임을 깨달으며 던지는 대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인생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친구 코시가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 <주말엔 숲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할 수 없는 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안 해도 되는 게 늘어나는 것이다. (40대 중반을 지나며 신체적, 환경적 변화를 겪는 작가가 '나이 듦'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쓴 문장,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가 심어졌다>)

-내일 먹을 사과를 고르는 일만으로도 내일은 기다려질 가치가 있다.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아주 사소한 즐거움 하나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생각, <오늘의 기쁨>)

-언젠가 죽어버릴 우리에게 주어진 사소한 포상, 그것이 뭉클일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는 친구의 고백에 '잘 찾아보면 뭉클할 일이 이렇게 많아!!!'라고 당당하게 답하는 마스다 미리. <뭉클하면 안 되나요?>)

-여행은 뭐든 배우라고 종용하지 않고 그저 내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 마음과 사뿐사뿐 대화할 자유 시간이다. (될 대로 되라고 떠난 야마가타 여행 후,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3세부터 37세까지, 매달 일본 47개 도도부현을 하나씩 여행하며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을 찾아가는 시행착오를 담은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폴란드, 타이완, 벨기에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먹은 맛있는 음식과 추억을 모은 <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 40대가 된 작가가 '아름다운 것 하나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떠난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최근 작가의 여행 철학인 '느긋함'을 극대화한 에세이 <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 등 다양한 여행 에세이도 출간했다.



비에이 눈밭에 우뚝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 문장을 떠올렸다.


-나무를 보러 가는 것은, 그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보러 가는 것.


이런 마음으로 나무를 그리고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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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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