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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l 23. 2018

뜨거운 물 많이 마시기

多喝点热水

중국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다들 물을 참 많이 마신다는 거였다. 

그것도 뜨거운 물을. 

공항, 병원, 학교, 어디에도 뜨거운 물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누구나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보온병을 가지고 다닌다. 

 

식당에서도 뜨거운 물(开水)은 공짜고, 차가운 (水)은 따로 돈을 받는 곳이 많다. 

젊은 학교 선생님들도 수업 시간에 늘 뜨거운 물 혹은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수업 내내 마시면서 수업을 한다. 선생님과 함께 카페에 간 날 슬쩍 물어보니 선생님은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커피 문화가 퍼지고 있지만, 본인 생각으로는 한정적인 것 같다고.  

 

생각해보면 중국 음식들이 엄청 기름진데 중국에는 뚱뚱한 사람이 많지 않다. 

뜨거운 물 혹은 차로 기름을 희석시키는 느낌이다. 


이곳에는 매일 저녁 공원에서 태극권을 추고,끊임없이 견과류(신기할 정도로 껍질을 잘 깐다)와 뜨거운 물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눈 건강도 상당히 중요시해서 로컬 초등학교에는 학생들에게 안구 마사지하는 법을 알려주고, 매일 수업 시작 전에 함께 안구 마사지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또 안경을 쓴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느낌이다. 중국인들은 건강을 정말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배울만한 점이다.  

 

그리고 물은 꼭 뜨겁게. 


수질 상태가 좋지 않아서 끓여 먹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뜨거운 물이 건강에 좋다는 굳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학원 선생님이 중국 남자들은 부인이 감기 걸렸다고 할 때도, 목 아프다고 할 때도,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할 때도,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만 하면 

남편의 대답은 일관적으로 ‘多喝点热水(따뜻한 물 많이 마셔)’라 부부 싸움을 할 지경(남편이고 나발이고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된다는 느낌에서)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셨었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어쨌거나, 

스산한 감기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아서 어깨를 움츠리며 빠르게 걷던 하굣길. 

오며 가며 늘 유쾌하게 말을 걸어주는 경비 아저씨에게 식사 하셨냐고 물어보며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하자, 

사뭇 진지하고 큰 목소리로 아저씨 왈.  

 

"多喝点热水"

 

혼자 집으로 걸어오면서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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