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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Apr 09. 2020

[재미있는 중국어]닭털과 마늘껍질/닭피를 맞다/닭수프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당연하게도 모르는 단어들이 참 많이 들린다. 

그나마 이제 한자(=간체자)에 좀 익숙해진 관계로 

중국어 자막에 큰 의지를 하고 있다.

(3년 전 베이징에 가기 전에는 숫자 7(七)과 9(九)가 헷갈렸던 1인 -_-) 


그런데

자막을 보고, 아는 한자인데도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중국어 관용어는 진짜 무시무시하다. 

한 마디로 끝이 없음.


습관적으로 쓰는 용어들. 고사 성어를 포함한 각종 성어(成语)들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해서 가끔 이번 생에는 틀렸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_-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내게 중국어가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유를 한 가지 얘기하라고 한다면, 

바로 각종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을 가진 성어들 때문일 것이다. 


<본론을 바로 이야기하다=단도직입>이라는 표현이 

<开门见山=문을 열고 바로 산을 보다> 

라는 걸 알았을 때, 와-하고 감탄했다. 

우리 문을 열고 바로 산을 봅시다!!! 너무 담백하고 멋진 표현이라 생각됨


어쨌든, 그 방대한 표현의 바다에 빠지지 않는 것이 동물과 관련된 표현이다. 


자막을 열심히 보다 보면 

분명히 내가 아는 그 개(狗)/닭(鸡)/양(羊)/고양이(猫)/말(马)...이라는 한자인데 

<왜 갑자기 저 상황에 동물 이야기를 하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미를 유추해보며 머리를 굴리는 순간, 

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너무 궁금해서 화면을 돌려 사전을 찾아보면 

다 나름 역사가 깊은 성어들이거나 

함축적, 비유적인 표현들이다. 





넷플릭스 추천 중드 <누나의 첫사랑>에도 동물원 뺨치게 동물 관련 표현이 많다.

우선 절친들이 모두 허찬양을 ‘개’라고 부르기 때문에 

자막에 ‘狗/狗子’라는 한자는 끊임없이 나온다. 


늘 허찬양이 헛소리를 할 때 쿨한 성격의 소유자 小雨는 매번 ‘지금 어디서 개가 짖니?’라고 한다며… ㅋㅋㅋ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참신하고, 신기했던 표현은 닭과 관련된 표현이었다. 



판싱과 위안송이 크게 다투는 장면에서, 판싱에게 위안송이 하는 말

我只是觉得那些鸡毛蒜皮的小事没有必要特意去讲.

이별을 코앞에 둔 이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나오는…닭털과 마늘 껍질


너무 순식간에 장면이 돌아가서, 다시 돌려보았다. 

지금 왜… 남주는 닭털 얘기를 하는 거니?


의아해하며 사전에 찾아보니, 

鸡毛蒜皮(jīmáo suànpí)는 닭털과 마늘 껍질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 시시콜콜한 것. 

뭐 이런 뜻이라고 한다. 정말 재미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나라면 '不重要、只是小事' 등 이런 뻔한 표현들만 썼겠지. 


이미지도 시시콜콜하고 귀엽네!


그리고 다른 장면. 


절친들과 수다를 떨던 판싱이 갑자기 

<친구들이여 우리 건배하세~ >하며 오버하는 대목에서 小雪가 이런 말을 던진다.


全国的鸡血都被你一个人打光了?

(왜 그래? 이 세상 닭피는 니가 다 맞았니?)

라고 하는 거였다. 


아니, 또 이건 무슨 표현이람. 갑자기 닭피를 왜 맞나요. 

자막에는 “세상에 있는 흥분제는 네가 다 맞은 거 같네”라고 되어 있었다. 


예전에 중국에서 보양을 위해 닭피를 맞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닭피를 맞으면 얼굴이 홍조가 되며 기분이 업되고~~활력이 돌아온다는 믿었다고 한다. 

그 문화에서 유래되어 지나치게 흥분한 누군가를 보면 

‘너 닭피 맞았니? 왜 이렇게 흥분했어?’ 이렇게 표현을 하는 거였다. 


누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웃고 있었을 듯. -_-

역시 언어는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더 어렵다. 


# 打鸡血 [dă jī xuè] :닭피를 맞다, 지나치게 흥분하다 


바이두에서 검색한 관련 이미지들

관련 이미지들은 흥분했고, 웃기고, 무섭고, 귀엽고 그...그래 ㅋㅋ





베스트셀러였던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책 제목에서 유래된

鸡汤이라는 표현도 있다. 

책 내용처럼 마음에 위로를 주는 따뜻한 글이나 문장이라는 의미. 


이 드라마에서는 조금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你少在网上看那些鸡汤了 都喝傻了吧你?

너 인터넷에서 맨날 바보 같은 글만 보더니 진짜 바보가 된 거냐?


你都是给人生经历匮乏的年轻下属灌这种毒鸡汤的吗?

너 맨날 경험 부족한 후배들한테 이런 실속 없는 조언을 하냐? 


(鸡汤이 역시 국물이라 그런지 앞에 '물을 들이붓다'라는 의미의 

灌(guàn)이라는 동사가 붙어 있는 게 재미있었다. /닭고기 수프를 들이붓냐? ㅋㅋㅋ)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글이 따뜻하지만 

뭐랄까… 영혼 없고 실속 없는 위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비슷하게 이해가 되었다. 



어서와서 뜨거운 수프 한잔하시게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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