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선요리_수이주위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도덕경
베이징에 와서 처음에는 중국 생선 요리를 거의 먹지 못했다.
중국 식당에서는 모든 해산물이 비쌌지만 생선은 그중 특히 비쌌고, 민물 생선 요리가 많아서 맛이 익숙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 덕에 ‘생선’이 중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게 됐다.
중국인들은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매년 설날 아침이면 생선 요리를 식탁에 올리고,
‘年年有余(해마다 풍요롭기를 바랍니다/ May you always get more than you wish for)'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余’의 발음이 생선의 ‘鱼’ 발음과 같아서 생선이 풍요로움의 상징하게 됐다.
* 중국에서는 이렇게 비슷한 발음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谐音 (xiéyīn)이라고 한다.
외국인으로서는 알기 힘든 현지 식사 예절에서도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생선은 중국에서 중요한 식사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 요리로, 생선 요리는 제일 중요한 사람 앞에 위치해야 하고, 특히 머리는 그쪽으로 두어야 한다. 생선 윗부분의 살점을 다 먹었다고 절대 뒤집으면 안 되는데, 이는 곧잘 생선을 배에 비유하는 중국인들에게 생선을 뒤집는 것은 배를 전복시키는 것과 같아서 불길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민물 고기에는 특유의 비린 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강한 양념이 들어간 요리로 도전해보면 좋다.
마라, 카레, 간장 등 다양한 맛으로 제공되는 '烤鱼(카오위)'나 '水煮鱼 (수이주위)'다.
매콤하고 얼얼한 생선 요리 '水煮鱼'
‘水煮鱼’는 쓰촨 지방의 생선 요리로 충칭의 기사 식당에서 기사들이 즐겨 먹었던 생선 전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삶다, 끓이다’라는 뜻이 있는 ‘煮’가 들어갔으니 이름으로만 보자면 ‘물에 끓인 생선’이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물이 아니라 기름이 가득 찬 그릇에 들어 있는 요리다. 두반장, 마늘, 생강 등 각종 재료와 함께 살짝 익힌 생선을 움푹한 그릇 아래에 깔고, 화자오와 건고추를 잔뜩 넣어 팔팔 끓인 기름을 그릇에 붓는다.
'水煮鱼'를 주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면 건고추와 화자오가 둥둥 떠있는 거대한 그릇이 도착한다. 건고추와 화자오를 살짝 헤집어 보면 깊숙이 숨어 있던 뽀얀 생선 살을 발견할 수 있다.
부드러운 생선 살을 한 입 베어 물면 ‘와,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입안이 서서히 얼얼하게 마비된다. 생선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하기에 마라 훠궈만큼 강렬한 소스 맛은 아니다.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그 어려운 맛!
커다란 그릇 안에 생선 살과 함께 숨어 있는 죽순, 마, 버섯, 콩나물 등 각종 야채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생선으로는 차오위(초어, 草鱼) 혹은 니안위(메기, 鲶鱼)을 많이 쓰는데 메기가 뼈가 적고 살이 많아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칭위(푸른색을 띄는 잉어과, 青鱼), 융위(대두어, 鳙鱼), 롄위(못고기, 鲢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식당에서 생선의 종류를 대부분 고를 수 있다.
중국 식당에서 생선 요리는 ‘1근’의 가격으로 메뉴판에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요리는 메뉴판 가격보다 훨씬 높게 나올 때가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水煮鱼'는 보통 2근에서 3근 정도로 요리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주문하기 전에 해당 요리의 생선이 대략 몇 근 정도인지 미리 물어보고 주문하면 된다. '烤鱼' 집에서는 보통 인원수에 맞게 알맞은 생선을 골라서 추천해 준다.
평일 점심, 베이징의 나의 완소 플레이스 ‘北京坊(베이징팡)’을 오랜만에 걸었다.
배가 출출해진 우리는 어김없이 열심히 '大众点评(따종디앤핑)'을 검색했다.
근처에 무려 평점 4.9에 빛나는 '水煮鱼' 집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곳, ‘滋色菇娘鱼’.
* 4.9점은 상당히 높은 점수다 , 궈마오에도 지점이 있었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招牌菇娘鱼’와 매운 입을 달래 줄 ‘压锅糯香骨(압력솥에 한 찰밥 정도일까?)’,
그리고 베이징에 돌아온 이후로 계속 먹고 싶던 ‘歌乐山辣子鸡(라즈지)’를 시켰다.
'招牌菇娘鱼'에 들어간 생선은 한 근에 138원인 ‘태래어(罗非鱼 luófēiyú )’였는데 한 그릇에 2.5근 정도라고 했다.
(3가지 종류의 생선이 있었고 태래어가 가장 저렴했다 ㅋㅋ)
뻥튀기와 함께 나온 '辣子鸡'도 특색 있고 맛있었고, 특히 '压锅糯香骨'가 대박이었는데,
쫄깃쫄깃한 밥알이 얼얼한 입술과 입안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는 느낌이라 매운 쓰촨 음식과 먹기에 더없이 조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