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이징] 벽돌의 아름다움, 레드브릭 아트뮤지엄

消磨时光, 告别焦虑_세월을 보내며 근심과 작별하다

by 심루이

'벽돌'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둔 적이 있었던가?


살면서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가끔 내가 찍은 사진의 배경이었을 뿐.


늘 소문으로만 들었던 ‘레드브릭 아트 뮤지엄(红砖美术馆)’에서 처음 느꼈다.

벽돌의 아름다움에 대해.



벽돌과 그 위를 덮고 있는 단풍잎을

그 어떤 작품보다 오래, 아주 가만히 바라보았다.

2020-11-05-11-50-12.jpg 만추의 红砖美术馆, 그 어떤 작품보다 멋진 풍경



소울메이트의 생일이었다.

늘 멀리 있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친구.

시시한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사이.

내 과거를 나보다 더 잘 기억하고, 내 미래를 나보다 더 확신하는 사람.

'만추(晚秋)'

레드브릭 미술관 야외 정원에 앉아서

새삼 그 친구가 정말 아름다운 계절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지금 인생의 늦여름쯤을 지나고 있을까?

우리의 인생에도 곧 가을이 오고, 만추를 맞이하겠지.

그날에는 조금 더 편안했으면 한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보다 ‘편안’이라는 단어가 좋아진다.



mmexport1604563143350.jpg
mmexport1604563155332.jpg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던 야외 정원, 10,000㎡ 규모의 대형 정원 photo by SK姐



# ‘레드브릭’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홍쫜. 중국어로 발음해 보아도 쫙 달라붙는 느낌.

레드브릭 아트 뮤지엄은 베이징 차오양구(朝阳区) 허거좡(何各庄) 이하오디국제예술구(一号地国际艺术区)에 위치한 사립 미술관으로

15호선 马泉营(마췐잉) 전철역에서 걸어서 100M거리에 위치해 있다.

사업가이자 수집가인 옌스제(闫士杰), 차오메이(曹梅) 부부가 2012년 12월 개관, 시범 운영해 2014년 5월 정식 개관한 공간이다.

유명 건축가이자 베이징대 교수인 동위간 (東豫關) 교수를 초청해 설계를 맡겼다.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건축된 박물관은 전체 부지 총면적 20,000㎡, 약 10,000㎡는 9개의 전시 공간을 포함하여 내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10,000㎡는 카페, 레스토랑 등을 포함해 야외 정원으로 꾸며졌다.



2020-11-05-10-43-26.jpg
2020-11-05-10-43-48.jpg
2020-11-05-10-44-21.jpg 띠디에서 내리자 우릴 반겨준 풍경, 붉은 벽돌과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2020-11-05-10-45-29.jpg
2020-11-05-10-45-39.jpg
미술관이 시작되는 지점


展厅开放时间

夏季:5月1日-9月30日 10:00-18:00(最后入场17:30)

冬季:10月1日-次年4月30日 10:00-17:30(最后入场 17:00)

周一闭馆(遇节假日除外)


红砖院子开放时间/咖啡厅/西餐厅

周二至周日 10:00 – 19:30

http://www.redbrickartmuseum.org/




# 현재 하고 있는 전시는 '2020+'로 1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미술관에서는 이 전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20年,我们面对着近百年来最难以抹去的“疫情”时刻:突发的公共危机和社会事件笼罩全球;个体、集体,生命、自然,当下、永恒,一切已知的坐标来到重建秩序的十字路口。正如此次展览策展人闫士杰所说:“2020已成为我们面前的时间界碑,有形、无形的语言,逐渐沉淀为集体记忆。”展览“2020+”试图通过15位艺术家独到的思考与行动,打开更加多维的认知空间。

간단히 요약하면

근 백 년 동안 가장 지우기 힘든 '코로나' 시기를 헤쳐 나가며,

이 새로운 시간의 경계 앞에서 15명의 아티스트들이 유무형의 언어로 기억하는 2020년...정도가 되려나.

# 인상적인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우선 황용핑(黄永砅)의 《羊祸》


黄永砅 Huang Yong Ping.jpg 황용핑(黄永砅)의 《羊祸》/1997

소머리에 돼지 귀를 가지고 소가죽을 걸친 괴수를 형상화한 것으로, 괴물은 양피 150장으로 구성된 '양 떼'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람이 걸어올 때 양 떼에 묻혀 인간과 소, 양 사이에 먹이사슬을 만들어내는 기이한 신화가 시작되고 이는 그것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황용핑은 엄청나게 유명한 중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중국 전통문화와 서구 사상의 혼란을 개념적으로 풀이해가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그의 작품인 '중국 회화사와 서양 예술 약사(簡史)를 세탁기에 2분간 돌리다'는 2017년 국제예술품감정위원회(ICEWA)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현·당대 예술 작품 10점'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려 약 6천억.

한국 통영에도 이분 작품이 있었다.



황용핑 뒤집힌 무덤.jpg 통영에 있는 황용핑의 <뒤집힌 무덤>

# 그리고 천샤오시옹(陈劭雄)/진소웅)의 집단 기억 《集体记忆》

作品是陈劭雄主导的一场由公众参与的艺术实验,

将拥有共同记忆的社区居民的指纹作为数码照片上大小不一的像素点,以体现对集体生活空间的追忆。

대중이 참여한 예술 실험의 일종으로 공동 기억을 가진 시민들의 지문을

디지털 사진의 다양한 화소점으로 만들어 집단생활 공간에 대한 추억을 담아냈다.


현장에서는 작품에 쓰인 것이 지문인지도 몰랐다.

陈劭雄 Chen Shaoxiong.jpeg 천샤오시옹(陈劭雄)/진소웅)의 집단 기억 《集体记忆》, 이것이 지문이었다
2020-11-05-11-39-57.jpg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양쩐종(杨振中/양진중)의 《我会死的》이었다.

10여 개국에서 나이, 신분, 인종이 다른 수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카메라를 향해 "나는 죽을 거야"라고 말한다.

지구에 있는 단 한명도 비껴갈 수 없는 당연한 사실인데,

이 사실을 웃으며 입 밖으로 꺼내는 그 시간이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2020-11-05-11-20-55.jpg 我会死的, 밝고 유머럽게 '죽을거야'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묘하다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他们用十多种不同国家的语言,面对摄像机说:“我会死的”。

作品以轻松、幽默、矛盾的方式,指涉一个令人不安却又非常严肃的话题。

쉽고, 유머러스하고, 모순적인 방식으로,

불안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나도 가만히 서서 ‘我会死的’를 여러 번 반복해서 뇌까려보았다.

죽음은 순서 없이 그저 찾아오니까 내게도 언젠가 찾아오겠지. 생각보다 빠를지도, 늦을 수도 있다.

죽음과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매일 조금씩 살고, 매일 조금씩 죽는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사람은 또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하고 무도할 것인가.

죽음이 없다면 생 또한 없을 것이다.

죽음이 우리들의 생을 조명해 주기 때문에 보다 빛나고 값진 생을 가지려고 우리는 의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법정 스님/ 스스로 행복하라



그 외 인상적인 작품들


2020-11-05-11-05-18.jpg
2020-11-05-11-26-18.jpg
2020-11-05-11-29-10.jpg
2020-11-05-11-31-25.jpg
2020-11-05-11-41-15.jpg




# 가장 훌륭한 작품은 야외에 있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실로 충만하다.

가을의 베이징을 담아본다.

2020-11-05-11-49-51.jpg
2020-11-05-11-50-51.jpg
2020-11-05-11-49-41.jpg
2020-11-05-11-51-29.jpg
2020-11-05-12-06-26.jpg
2020-11-05-12-00-05.jpg
2020-11-05-12-07-07.jpg
2020-11-05-12-09-48.jpg
2020-11-05-12-22-35.jpg
2020-11-05-12-23-10.jpg




야외 정원에 포토 스폿이 많았다. 포토그래퍼를 대동하고 예쁘게 차려 입고 온 중국 이모님들이 아주 많았다.

혼자 삼각대를 놓고 셀카를 계속 찍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중국인들의 이런 자유분방함이 좋다.


mmexport1604563033674.jpg
mmexport1604563046041.jpg
mmexport1604563072655.jpg
mmexport1604563171225.jpg
mmexport1604563135361.jpg




이 공간이 너무 좋아서 집으로 돌아와 레드브릭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레드브릭 뮤지엄의 사계절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들.


冬春看_Page_07.png
冬春看_Page_08.png
冬春看_Page_09.png
레드브릭.jpg
레드브릭 2.jpg
들어가자마자 만날 수 있는 원형 광장에서 아티스트와의 만남도 종종 열렸다. (출처: 레드브릭 홈페이지)


더불어 홈페이지에 마음에 꽂히는 문구가 있었다.

20201110131836.jpg

‘消磨时光, 告别焦虑’

세월을 보내며 근심과 작별하다


나도 세월을 보내며 근심과 작별을 고할 수 있기를,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하는 삶'속에 있기를 바란다.


from. 北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베이징] 매콤하고 얼얼한 생선 요리 水煮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