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이징] 강변, 바람 그리고 책_중신서점

베이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_中信书店

by 심루이

소심한 나는 식당 문이나 가게 앞에서 서성일 때가 많다.

타국에 살다 보니 그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어떤 메뉴를 파는 곳인지,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은지, 사지도 않을 거면서 구경하러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등등

가게 문 앞에서 두 눈과 뇌의 회로가 빠르게 작동하곤 한다.


하지만 서점 문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서점의 문은 그 어떤 사람도 거절하지 않는, 열려 있는 문이니까.

유명 작가 보르헤스의 말처럼 ‘만일 천당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도서관의 모습일 것’일 테니까.




서점은 나의 최애 공간. 서점에는 서점만의 온기가 있다.

지독한 책벌레여서는 아니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편협하게 읽는 편이다.

가끔은 '읽기'보다 '걷기'를 선호한다. 베이징으로 오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의 수도 절반으로 줄였다.


그냥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다.

수많은 책이 내뿜어주는 퀴퀴하지만 따뜻한 온기, 그 속에 자신만의 언어에 빠져 있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게 서로를 배려하는 느낌,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낯선 서점을 만나면 꼭 들어가 본다.

타국의 서점에서 내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는 거의 없지만 나름의 철학으로 진열되어 있는 책들과 그 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본다.

커피를 홀짝인다. '저 사람이 누구일까'가 아닌 '저 사람이 저렇게 집중해서 읽는 저 책은 과연 어떤 책인지'가 궁금해지는 마법에 빠져본다.


2020-11-10-14-50-22.jpg The Last Panda라니...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남편과 홍콩식 차찬팅(茶餐厅)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혼자 길을 나섰다.

오늘은 예전부터 봐온 중신 서점(中信书店)과 그 근처 강가 산책을 감행해보리라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신화서점 다음으로 체인을 많이 가진 중신 서점은 중신그룹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다. (서점의 모회사는 중신 출판사다.)


중신(中信)이라는 이름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순간! 역시 중신그룹은 금융업과 여행/문화 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엄청 큰 대기업이다. 금융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니 대략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정도 되는 서점이려나?


작년 말 기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에 100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든 공항에 지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는 글을 읽었는데, ‘공항빠’인 나로서는 매우 마음에 드는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공항과 서점,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조합.


중신 서점의 치하오(启皓店) 지점은 지난해 4월 오픈했다.

ㅣ영업시간 평일 8시-21시/주말 10시-21시

ㅣ 10호선 亮马桥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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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종디앤핑과 지도를 의지해 열심히 걸어가다 보니

살랑거리는 강 바람과 함께 나를 맞아주는 서점이 보인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식사와 커피도 겸할 수 있는 카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공간, 꽃집, 전시 공간 등도 함께 있어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평소 작가와의 만남이나 무료 베이킹&와인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반응이 좋다. 각종 대사관들이 즐비해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 만큼 외국 서적도 많고, 다른 나라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들도 개최했다.


아일랜드 문학기행, 멕시코 음식 축제 등등

2020-11-10-14-49-23.jpg 강과 인접해 있는 중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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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인상은 밝고 눈부시다! 는 거였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서점 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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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가득 채워져있는 책들, 멋있고 안심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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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꽃과 식물을 파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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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소품들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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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가격에 식사도 할 수 있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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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되는데 현재 <杨洋的童话>라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서점의 모회사가 출판사인 만큼 탁월한 안목으로 한 권의 책도 고심해서 선별한다고 강조한다.

‘提高每一位阅读者的单位时间价值’

이런 슬로건을 통해 ‘독서가들의 시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서점에서 우연히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런 마인드는 정말 높이 살만 하다.

낯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인생 책이 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서적도 단순 분류보다는 테마별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서점과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이 서점은 ‘亮马河’라는 강을 끼고 있어 무엇보다 아름답다.

서점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반짝거리는 햇살을 만끽할 수 있으며 문을 열고 나오면 갈대와 강가의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강가의 바람을 맞아보는 것 만으로 한번쯤 들릴만한 가치가 있다.

이 서점은 2년 연속 베이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뽑히기도 했다.


2020-11-10-15-00-39.jpg 강으로 통하는 문~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


2020-11-10-15-01-17.jpg 好美啊!!!완연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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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나서면 우릴 맞이하는 풍경들
2020-11-10-15-03-13.jpg 걷기만 해도 치유되는 느낌의 강변




서점을 나와서 솔라나 방향으로 '亮马河'를 걸었다.

춘의 말에 따르면 올해 여름에 공사를 끝내고 산책길을 새로 조성한 것이라 한다. 새로 조성한 길답게 깨끗하다.

이 길을 쭉 따라 걸으면 심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솔라나(蓝色港湾)'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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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지 않아서 더 좋았던 날!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삼아 낚시 하는 할아버지 발견! 심지어 바로 옆에 '낚시 하지 마시오'라고 쓰여져 있어서 숨죽여 웃었다.

더 가다보니 심지어 수영 하시는 할아버지 무리들까지 발견!

이럴 풍경을 마주할 때 아! 나 중국에 있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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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하지 마시오 팻말 옆에서 유유자적 낚시 하시는 분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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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영하기에는 추운 날씨 아닌가요? *.*
2020-11-10-15-34-55.jpg 옹기종기 모여 서서 낚시하는 웃긴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베이징에서_beijinger/생활여행자로_매일_열심히_걷고_먹고_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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