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이징] 다른 세계로 가는 길, 单向空间

서점 안에서 사유의 유격전을, 단샹콩젠

by 심루이

‘단샹콩젠(单向空间)’과 ‘쉬즈위안(许知远)’을 처음 알게 된 건 박현숙 자유기고가의 이 글 때문이었다.


[제1252호]‘미성숙한 국가’의 즐거운 ‘저항자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21 (hani.co.kr)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시대정신’과 마찰하지 않고 그대로만 죽 달려나갔다면, 쉬즈위안은 지금쯤 중국 내 거물급 언론매체 사장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시대와 타협하며 속물적인 성공을 얻는 대신 다소 순진한, 시대의 저항자로 남기를 선택했다. 그가 저항하는 대상은 아직 여러모로 ‘미성숙한’ 중국이다. “대체적으로 중국은 형편없이 미성숙한 국가다. 이러한 미성숙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재의 정치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포스트 독재가 중국 사회를 극단적으로 왜곡시켜 국민의 사유와 행동을 변형시키고 있는 것이다.”(저서 <미성숙한 국가> 서문 중)

중국을 ‘형편 없이 미성숙한 국가’라고 비판할 수 있는 평론가가 중국에 있었다니 우선 놀랐고,


2006년도에 그와 몇몇 친구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차린 서점 ‘단샹제’(單向街·일방통행로)는 바로 쉬즈위안식 저항의 출발점이다. 쉬즈위안은 언어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충실한 신자이기도 한데, 서점 단샹제는 베냐민의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훈련을 해봐야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말한 베냐민처럼 쉬즈위안은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종의 베냐민식 길 헤매기, 사유의 유격전을 펼치고 있다. 단샹제 서점은 나중에 단샹콩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상업적인 경영 마인드가 없었던 창업 멤버들이 몇 년을 우왕좌왕하는 사이 누군가 ‘단샹제’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해버려서 할 수 없이 개명했다.

깨어있는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차린 서점이라고 해서 두 번 놀랐고,


“우리는 세계를 읽는다”(We read the world). 단샹콩젠에 들어서면 벽면에 큼지막하게 쓰인 문구가 보인다. 일 년에도 몇 차례 전 세계를 유랑하며 다양한 ‘세계를 읽는’ 쉬즈위안이 꿈꾸는 서점도 바로 다양한 ‘세계를 읽고 사유하는’ 공간이다. 또한 그는 “겨울에는 햇볕을 쬐고, 여름에는 서점 밖 정원에 나와 앉아서 모차르트를 듣고 맥주를 마시며 잃어버린 세대 작가의 작품을 읽는” 낭만적인 서점도 꿈꾼다.

그가 꿈꾸는 서점이 내가 꿈꾸던 공간과 비슷해서 세 번 놀랐다.


“창업 초기 우리는 단샹콩젠이 정신을 요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사람들이 저속한 대중 가치관의 억압에서 벗어나길 희망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 작은 서점이 좀 더 큰 가치를 창조하는 입체적인 정신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한 사회는 결코 영원히 앞을 향해 달려갈 수만은 없다. 뒤도 돌아보고 오른쪽도 보고 왼쪽도 보면서 가야 한다. 또한 나처럼 속성 발전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더욱더 많은 다양한 사유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회가 더 풍부하게 구성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단샹콩젠 서점을 확대하고 확산하며 ‘즐거운 저항’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즐거운 저항'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었다.




베이징에 이런 특색 있는 서점이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 글을 너무 감칠맛 나게 잘 쓰셔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저항자로 불리는 ‘쉬즈위안’ 외 언론 및 출판계에서 일하던 지식인 13명이 5만 위안씩 모아 만들어진 곳. ‘우리는 세계를 읽는다’는 철학을 가진 곳. 바로 단샹콩젠이다.


검색해보니 기사 속 화자디점은 이미 사라진 듯했다. 베이징에 2개, 항저우/상하이/허베이에 하나씩 있어 중국 전역에 5개의 ‘单向空间’이 있었다. 토요일 오전 심이가 한글학교에 간 틈을 타서 春을 꼬셔서 '东风店'으로 향했다. 서점은 '东风艺术区(동펑예술구)' 안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점이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 끝에서 서점을 찾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건 서점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Lydia'. 책상 위에 앉아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 반가운 예감이 들었다. 이곳이 좋아질 것 같다는!


2020-11-28-10-04-26.jpg
2020-11-28-10-04-54.jpg
약간 텅 빈 느낌이 더 좋았던 동펑예술구
2020-11-28-10-05-41.jpg 야호! 드디어 발견!
2020-11-28-10-51-39.jpg 안녕? 무슨 생각 하니? 저 자리를 제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토요일 첫 번째 손님이었다. 단샹콩젠만의 아우라가 건물 전체에서 뿜어 나오는 느낌을 받으며 샅샅이 훑어보았다.


2020-11-28-10-05-54.jpg
2020-11-28-10-06-25.jpg
mmexport1606533043879.jpg
2020-11-28-10-09-29.jpg
mmexport1606533074788.jpg
2020-11-28-10-35-10.jpg
mmexport1606533069236.jpg
mmexport1606533089850.jpg


2020-11-28-10-35-42.jpg



2020-11-28-10-17-48.jpg
2020-11-28-10-17-58.jpg
2020-11-28-10-40-25.jpg
2020-11-28-10-40-40.jpg
서점 내 카페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에는 현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미친 듯이 책을 읽는 ‘난정’이란 캐릭터가 나온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 보호법이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 한 게 없었다.


‘阅读是一座随身携带的小型避难所(독서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피난처)'라고 쓰여 있는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그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单向空间의 한산한 카페에는 소설 속 난정처럼 다른 세계를 찾듯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춘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도, 스마트폰도, 별다른 수다도 없이 폭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고양이의 귀여운 엉덩이와 창가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저 그렇게 공간을 온전히 즐겼다.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2020-11-28-10-41-46.jpg
mmexport1606533149160.jpg 한 마디 말도 없이 각자 책만 보던 커플과 고양이를 쓰다듬고 쌓인 책들을 독파해나가던 남자분
2020-11-28-10-43-12.jpg
2020-11-28-11-02-58.jpg
mmexport1606533153259.jpg
2020-11-28-11-23-22.jpg
2020-11-28-12-06-03.jpg
성격이 사나우니 만지지 말라는 경고장?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위챗 공중 계정을 등록했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떴다.


欢迎加入我们,一起等待妙不可言的未来!这里是独立灵魂的栖息地.

너를 환영해, 우리 같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환상적인 미래를 기다리자! 이곳은 독립적이고 풍부한 영혼을 위한 서식지.


要有一个远见,超越你所未见!

네가 보지 못한 것을 능가하는 비전을 가져라!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单向厉’에서 매일 오전에 보내주는 한 편의 글이었는데 음악, 영화, 책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해 준다. '감기 걸렸을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등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 주는 콘텐츠들이 다양했다.

WeChat Image_20201203162731.jpg
WeChat Image_20201203163011.jpg
감기 기운이 있으면 어떤 노래를 듣지? 생각하게 됐다.




단샹콩젠의 또 다른 지점은 쇼핑몰 ‘Joy City(朝阳大悦城)’안에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거대한 쇼핑몰 속에 꼿꼿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랄까. 작은 공간 내 빽빽하게 놓여 있는 의자에 빈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무언가를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2020-11-29-16-35-34.jpg
2020-11-29-16-33-38.jpg
2020-11-29-16-37-24.jpg


연일 계속되는 ‘중국의 상황은 더 좋아진다’는 기사가 지겹다면, 쉬즈위안은 찬물을 끼얹어줄 아주 적합한 사람이다’는 글을 보았다. 절묘한 표현, 하하 (如果你厌烦了每天阅读报纸看到形势一片大好的陈词滥调,那么许知远毫无疑问是最有可能给你浇冷水的那个人.)


u=1606582652,1953908896&fm=26&gp=0.jpg 김C를 약간 닮은 것 같기도... 쉬즈위안




쉬즈위안은 서점에서 사유의 유격전을, 베냐민은 도시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길을 잃고 헤매는 훈련을 해보라고 권했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이 도시를 탐험하고 이해하고 있다. 가끔은 설레고, 가끔은 덤덤하게, 변덕스러운 여행자의 마음으로. 물론 바이두 지도 퀄리티가 너무 훌륭해서 길을 잃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베이징에서_beijinger/생활여행자로_매일_열심히_걷고_먹고_쓰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베이징] 삶을 견디는 아주인간적인 방법_웨민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