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마지막 이야기

by 강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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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A 특보입니다. 8월 17일 저녁 10시경 제주시 우도면의 한 가정집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여름휴가를 왔던 K씨가 오랜 친구였던 P씨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먹은 뒤 갑자기 그의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도 이내 같은 방법으로 자살했습니다. 남편 P씨가 급하게 도망 나와 경찰서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마을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사건 현장에 가있는 김영민 기자 나와 주시죠.”


“내 이곳은 사건이 일어난 우도의 가정집 앞입니다. 지금 집은 완전히 봉쇄되어있고 그 주위로 섬 주민들이 모여 있는데요. 그녀의 남편이자 살인자의 친구였던 P씨의 증언을 들어보겠습니다.”

“범행 동기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백원은 얼굴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어릴 적 친구였는데 여행 중이라고 해서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어요. 아내랑 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K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기는 했어요. 그러다 제 아내한테 자꾸 치근대는 거예요. 그래서 잠시 불러서 얘기를 했죠. 그러더니 제 와이프가 너무 예뻐서 그랬다는 거예요. 그때 그 새끼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아내랑 방에 올라가 저 자식이 이상하다고 집에 보내자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K가 칼을 들고 방에 오더니 막 휘두르며 저를 방 바깥으로 몰아냈어요. 제가 K를 자극하면 아내에게 진짜 해를 입힐 것 같았어요. 그때 그 녀석의 표정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죠. 저는 집에서 얼마 안 떨어진 경찰서로 달려갔어요. 갔다가 오니 이렇게 되어있었죠.” 그는 울컥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가 외국분이시라는데 그것도 이 사건과 관련 있나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아내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당신 정신 나갔어?” 백원은 발끈해서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스텝들이 나와서 그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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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데!” 거실 소파에 누워있던 막내아들 민석이 하리보 젤리를 먹으며 말했다.


“어머 흉흉해라. 요새는 섬이 더 그렇다니까? 치안이 안 돼 있어. 민석아 이런 거 보면 안 돼” 거실에서 커피를 타던 지선이 급히 소파로 와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헐. 나 다음 달에 제주도 여행 가는데. 아 짜증 나. 우도는 빼야겠다. 하필 내가 가니까 저래.” 둘째 딸 민지가 화장대에 앉아 파운데이션을 톡톡 치며 말했다.


“그래. 민지야, 절대 우도는 가지 마. 제주도도 위험할 거 같은데 다른 지역 가는 게 어떠니?” 거실에서 나온 지선이 딸의 방에 가서 말했다.


“안 돼, 벌써 예약 다했단 말이야. 친구들이랑 약속도 다 해놨고, 우도만 안 가면 되잖아.”


“진짜 조심해. 진짜 요즘엔 저런 정신 나간 사람들 때문에 어딜 돌아다니질 못하겠다니까. 저런 일을 저지르기 전에 미리 다 파악하고 감옥에 보내는 기술 같은 게 나오면 좋겠다.” 지선이 조그만 사과를 입에 욱여넣으며 말했다.


“그치 엄마. 밖에는 또라이들이 너무 많아.” 민지가 화장을 끝내고 거실로 가서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집어서 깨물어먹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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