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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손이 Apr 27. 2020

태몽

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17

너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온 가족이 너희를 기다렸단다. 외할아버지는 돼지 두 마리가 나오는 꿈을 꾸셨는데 술 한 잔에 그 꿈을 엄마에게 주셨지. 셋째 이모는 잉어 두 마리 꿈을 꿨다고 했어. 바지 두 벌에 또 그 꿈을 얻었단다. 얼마 후 수원 할머니가 꿈에 밤을 주웠는데 혹 기쁜 소식이 없냐고 물어보셨지. 그리고 며칠 후 엄마가 낮잠을 잤는데 나무로 된 성모자상 두 개를 받아오는 꿈을 꿨단다. 너무 생생한 꿈이라 혹시 엄마가 쌍둥이를 가진 게 아닐까 생각했어. 아빠는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 그런데 정말로 너희가 왔더구나. 그 인연으로 너희를 기다리며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 동안 수녀님과 신부님께 많은 기도로 응원을 받았단다. 너희를 가졌을 때는 너무 졸렸고 꿈도 참 많이 꿨어. 아주 높은 산 봉우리 두 개가 우뚝한 꿈.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꿈. 대통령과 밥 먹는 꿈. 흰 구름이 두 마리 말이 되어 달려오는 꿈. 하늘에 환한 별이 가득한 꿈, 집채만 한 보름달이 떠 있는 꿈.... 또 다섯째 이모는 호랑이 꿈이랑 백 호랑이 꿈을 꾸셨대. 넷째 이모는 큰 바람에 창문으로 토마토가 많이 들이치는 꿈을 꿨고 큰 이모는 꿈에 아기 사슴 두 마리가 문 앞에 와 있었다는구나. 참 신기하지? 꿈의 신비는 아직 다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너희가 많은 가족들의 기다림과 사랑으로 태어났다는 거란다. 잊지 말아 주렴. 


2017. 08.15 水 생후 3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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